찬반 의견 '팽팽' 속 삼성전자 입장은 모호
IT애널리스트 참전 준비…"2년내 끝 vs.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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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치킨게임' 논쟁이 7년 만에 다시 여의도를 떠돌고 있다. 핵심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등 후발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D램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릴까?"로 요약된다. 삼성전자의 의사 결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기업들이 누려온 초호황이 끝날 수 있다.
불안한 투자자들은 앞다퉈 산업전문가들을 찾고 있다. 현재 증시에서 수익률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반도체·IT 동향을 제대로 읽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모호한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의 시각이 갈리면서 논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시각은 SK하이닉스 투자의견에서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증설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문은 CLSA가 열었다. 지난 10월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비중축소(Underperform)'로 조정했다. 국내에선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바꿨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곳도 등장했다. 시장조사 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이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해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삼성전자는 D램 공정 전환(18나노대)에 차질을 겪어 계획 보다 생산이 부진했다. 이 공백을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채우며 호황 국면을 그대로 맞이했다. 메모리반도체 전략을 짤 김기남 신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은 권오현 회장과 달리 '매파'로 분류된다. 이에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올해 D램 강세는 삼성의 보수적 정책보단 기술문제로 생산이 계획 대비 미달됐기 때문”이라며 “올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리는 만큼 (향후) 경쟁 강도는 커질 것”으로 명시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가 과거에 점유율 경쟁을 했다면 이제는 수급 조절을 통해 수익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향후 설비투자 계획도 공격적이라기 보단 공정 전환에 따른 자연적인 증가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D램에선 공정 미세화에 집중해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시스템LSI, 낸드플래시 혹은 차세대 메모리(M-ram) 개발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리포트를 통해 “(10나노대 진입으로)공정 기술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같은 증설에도 전환 효율은 점차 둔화하고 있다”며 “최근 공급사들의 핵심 논리가 고객의 실제 수요를 확인하고나서 공급으로 대응하는 전략으로 변화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삼성전자의 3분기 컨퍼런스콜에 집중됐지만 모호한 답변으로 혼란은 가중됐다. 삼성전자는 평택 신공장 상층에 D램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답변은 피했다. 다만 예상을 상회한 투자에 대한 시장 우려를 언급하며 "올해와 내년의 투자계획은 단순 생산량 증가가 아닌, 2~3년을 내다본 장기적 관점의 시설투자"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IT 사이클 논쟁이 '대목'이다. 주 고객인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펀드 매니저들의 첫 질문은 '반도체 동향'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각 펀드들이 코스피·코스피200 등 지수(Index)기반 펀드 수익률을 초과하는 유일한 방법은 “IT 대형주를 언제 사서 언제 파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얼마나 더 오를지 잘못 판단하면 뒤늦게라도 ‘물타기’가 가능하지만, ‘사이클 하락기’를 오판하면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귀띔한다.
올해 초에도 반도체 사이클을 둔 논쟁이 한차례 있었다. UBS는 지난 2월 SK하이닉스 주가가 5만원을 넘기자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변경했다. 당장 올해 1분기 D램 사이클은 고점이 끝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초호황 국면은 계속 이어졌다. UBS는 지난 9월 "반도체 D램 사이클 기간을 잘못 계산했다"는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유일하게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해 온 미래에셋대우도 "수요 판단을 잘못했다"며 비슷한 시기 투자 의견을 '매수'로 조정했다.
한 증권사 10년차 IT애널리스트는 “전망을 잘못한 보고서를 내면 당장 운용사들의 세미나 스케줄이 텅텅 비는 것을 체감한다”며 “반대로 홀로 사이클 변화를 적중하기라도 하면 30분만이라도 세미나 시간을 내달라며 회사까지 찾아오는 운용사들에 시달릴 정도”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예상치 못한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기술 변화 방향을 읽는 통찰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력 있는 IT 애널리스트 육성엔 한계가 있다보니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10년차 이상 반도체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지만,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논리적으로 너무 터무니 없는 분석을 제외하곤, 서로 다른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이에 대해 논쟁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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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