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체제 대비한 한화와 '절연' 필요성도 거론
승계 이슈 감안하면 한화는 IPO가 부담…지금 인수가 유리
한화가 주주간계약 맺어주지 않으면 제3자에게 매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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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삼성의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은 거래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2014년 삼성-한화의 방산·화학 빅딜과정에서 남겨놓은 잔여지분이 대상이다. 애시당초 ▲한화가 기업공개(IPO)를 단행해 삼성이 엑시트(Exit) 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한화가 우선매수청구권 등으로 사가는 구조였다. IPO 의무 기간도 6년으로 넉넉하게 잡혀 있었다.
투자 시장에선 이 지분에 대해 '수년 뒤에 처리될 대상'이자 '결국은 한화가 인수할 지분'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 거래가 갑작스레 시장에 나타났다. 자연히 관심은 '목적'보다 '시기'에 맞춰져 있다. 왜 하필 지금 추진하느냐다.
삼성물산은 이번 거래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라는 이유를 밝혔다. 회사 재무상황만 놓고 보면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다. 최치훈 사장 부임 이후 삼성물산은 구조조정을 이어왔고 그 결과 상당 수준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을 이미 이뤄놨다. 현금성자산은 1조5000억~1조8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부채비율은 100%대 아래로 떨어뜨렸다.
게다가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나중에 한화가 IPO를 해줘야할 시점까지 기다리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자금 회수를 기대할 수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실적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급상승하고 있다. 연결기준 2015년말 2565억원이었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년만에 592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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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래가 어느 선에서 추진되느냐는 부분도 남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이지만, 조(兆) 단위로 진행되는 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재가'는 필수적이어야 할 상황이다. 또 삼성과 한화라는, 재계를 대표하는 두 그룹의 선의에 기반한 빅딜 성격을 감안하면 우호적으로 처리되는 게 바람직하다.
시장에선 이번 거래를 놓고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작업을 미리 단행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그룹 내에서 갖는 의미는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지주회사라는 점과 바이오 등 신사업 투자의 선봉장 역할이다. 또 대대적인 그룹 인사 단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발맞춰 비주력 자산들을 매각해 삼성전자의 지분을 더 사들이든, 바이오 투자를 늘리든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의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한 자금 확보의 시작으로 보는 셈이다.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의 2심을 앞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되고 있는 삼성-한화 간의 관계를 끊어내기 위한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있다. 삼성에는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를 앞당기려는 '시간'이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대하는 한화의 입장이다.
언젠가는 처리방향을 고민해야 할 지분이었다. 하지만 한화가 밝힌대로 "삼성에서 (이번 거래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라고 한다면 예상도 못한, 삼성의 의도에 따라 반강제적으로 해당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고 제3자에게 매각되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성 측이 내놓은 25%의 지분으로 충분히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 측에선 이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모펀드(PEF)들은 달갑지 않은 주주다.
재무부담도 감안해야 한다. 해당지분을 살 수 있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 ㈜한화가 보유한 개별 기준 현금은 지분매각 예상금액인 1조~1조5000억원에는 크게 못미친다. 한화 측이 지분 인수에 나서게 될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든 외부 차입은 불가피하다.
'우선매수청구권'(Right of first refusal)을 활용하려면 부담은 더 커진다. 삼성이 공개경쟁 입찰을 단행해서 가격을 올리게 되고 한화그룹은 이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삼성-한화의 빅딜 2년 뒤인 지난해 말 발생한 두 그룹간 '가격조정 논란'을 이번 매각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화가 챙길 메리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화종합화학 실적이 급하게 상승하는 것이 한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분을 사들이는데 들어야 할 자금이 많이 든다. 자칫 2014년에 100% 지분 인수를 하는 것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
IPO를 단행해 삼성 보유지분을 해결하자니 한화종합화학은 그룹 승계 이슈와 연관지을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단기간 내 IPO를 단행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럴바엔 이번 기회에 지분을 처리하는 것도 적절한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예 5년뒤를 기다리지 않고 삼성은 매각거래를 진행하고, 한화는 우선매수권으로 이번 지분을 처리하는 방안이 '윈윈(win-win)'하는 형국이 된다. 물론 이 과정을 삼성-한화간의 상호 사전교감을 거친후 진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삼성그룹이 시작해 한화가 자연스레 따라가게 됐는지는 별개 문제로 남는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해당 지분은 '제3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한화종합화학 지분 25%는 '비상장주식'이다. 매각자(삼성)와 1대 주주(한화)가 다르다. 삼성이 내다판 지분을 대형 사모펀드PEF가 사들인다고 해도 정작 주주간계약(SHA)은 한화와 맺어야 한다.
즉 언제까지 IPO를 추진하겠다 등등의 계획을 한화가 보장해줘야 PEF는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화는 삼성이 내 놓은 지분을 사가는 PEF에 이를 보장해줄 이유가 없다. 과거 LG-동부가 공동 보유하고 있다가 매각된 동부의 실트론 지분과 유사한 형태다. LG와 주주간계약이 제대로 체결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문제가 됐다.
결국 이 지분을 인수하려면 삼성이 진행하는 입찰에도 참여하면서, 동시에 한화그룹과 협상을 통해 적절한 지위와 투자금 회수 시점을 보장받아야 한다. 거래규모만 클 뿐 이익률 극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방편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IB도, PEF도 참여할 유인이나 동력이 없는 거래"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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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09일 15: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