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2021년 만기 CB발행
서정진 회장 일가 경영에 참여하며 기업가치 끌어올리기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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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금고'로도 불리는 셀트리온스킨큐어 상장여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사는 서 회장과 그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으로 실적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아직 이렇다 할 현금을 손에 쥐지 못한 서 회장의 ‘캐시카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셀트리온그룹의 화장품 사업 계열사인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지난달 급작스레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문광영 대표가 셀트리온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에 서정진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부사장이 새로이 대표에 올랐다. 서진석 신임 대표는 올해 34살로 2014년 셀트리온연구소에 입사한 후 지난해 7월 셀트리온스킨큐어 부사장에 올랐다. 이번 인사를 두고 서 신임 대표에 대한 경영능력 시험대란 말이 나온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탤런트 김태희가 광고하는 핑크 크림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지난 2013년 ‘BB크림’으로 친숙한 화장품기업 한스킨을 286억원에 인수한 후 셀트리온지에스씨와 합병해 출범했다. 최근 들어 셀트리온 계열의 주요 임원들이 셀트리온스킨큐어로 자리를 옮기는 등 경영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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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스킨큐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해외마케팅 팀까지 방문판매로 전환시키면서까지 영업에 한창이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적자는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순손실이 213억원에 이른다. 이를 만회하려 무리한 영업을 하다 보니 ‘강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람회 등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무료 마사지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빌미로 계약을 강요한 것이 논란이 됐다.
재무상황이 안 좋다 보니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차입을 늘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자산(5900억원) 중에 3600억원이 투자자산(매도가능증권)이다. 이 중 3000억원(261만8734주)이 셀트리온 주식이다. 이 중 대부분이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증권사에 담보로 잡혀있다.
지난해에는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도 했다. 만기일은 2021년으로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와 개인 등을 대상으로 발행됐다. 셀트리온스킨큐어가 비상장사이다 보니 자연스레 상장(IPO) 옵션이 붙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프리 IPO 차원에서 CB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며 “통상 만기 전에 IPO 조건을 거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을 비롯해 일가가 셀트리온스킨큐어 경영에 참여하는 이유도 이와 무방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셀트리온에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상장하며 서 회장의 보유 주식가치는 3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주식부자 순위에서 10위권 안에 들면서 자수성가형 부호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실제 서 회장이 보유한 현금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우회상장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신주 발행으로로만 상장하다 보니 IPO과정에서 현금화를 하지 못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 가치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서 회장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매각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담보대출에 의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셀트리온스킨큐어가 보유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회사로 주목 받고 있다. 자산 대부분이 셀트리온 주식으로 이뤄져 있어 셀트리온의 주가와 연동해 기업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주력 업종이 화장품 사업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셀트리온보다 사업성에 대한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회장 지분도 70%에 달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실적만 나아진다면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서 회장의 알짜 자산이 될 수 있다”라며 “일감몰아주기 이슈에서도 자유로워 서 회장 일가가 셀트리온스킨큐어 사업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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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07일 15: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