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에 지분 15% 확보 거론...당사자들 모두 '아니다'
서정진 회장과 친분 화제..."얼마나 줄 것인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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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홀딩스의 전환사채(CB) 발행을 놓고 투자 시장에 논란이 일고 있다. 임석정 CVC캐피탈 회장이 전환사채(CB)발행을 제안한 가운데 회사는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투자조건이다.
셀트리온홀딩스는 개인회사 수준으로 서정진 회장 지분율이 93%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시가총액 25조원이 넘는 셀트리온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다. 해당 CB가 어떤 조건에 발행되는지, 또 이에 배정될 전환가능 주수와 비율 등이 어떻게 되는지는 다른 셀트리온 관련 회사 주주들이나 일찌감치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형평성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
자칫 배임이슈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점이 논란의 배경으로 꼽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임석정 회장은 펀드를 결성해 셀트리온홀딩스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펀드로 2000억원을 투자해 CB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으로 취득할 수 있는 지분율이 한때 시장 일각에서 15% 수준으로 언급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만일 정말 2000억원으로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15%를 확보할 수 있다면 회사 전체 가치를 1조3000억원으로 평가한 셈이 되기 때문. 반면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셀트리온 지분(6월말 19.71%)만 해도 4조원을 훌쩍 넘는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모건스탠리의 리포트 상 주당가격(8만원)을 적용해도 회사가치는 2조원에 달한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15%를 확보하게 된다고 하는데 이는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당사자들도 이런 밸류에이션에는 정색으로 반응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CB 투자 제안이 있었고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동의했거나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석정 회장 측도 "15% 확보는 잘못된 내용이고 현재는 딜의 전환가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현재 시가로 봐도 2000억 CB는 5%도 안돠는 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혼선에도 불구, 이번 거래가 시장에서 주목받은 데는 그간 사모펀드(PEF) 업계 진입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CVC를 나올 예정인 임석정 회장이 발빠르게 다음 행보에 나섰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고 내놓은 카드가 최근 바이오 열풍을 안고 주가가 수직 상승 중인 셀트리온 관련 회사다보니 투자규모 및 가치산정의 적정성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일각에선 서정진 회장과 임석정 회장의 친분관계에 주목하기도 한다.
임석정 회장은 넓은 네트워크보다는 '아이디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뱅커다. 동종 업계에서조차 평이 갈리지만 일단 인연을 맺게 되면 '팬'이 되는 기업 오너들도 많은데 서정진 회장도 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서정진 회장은 수년전 공매도 세력에 불만을 표하며 외국계 제약사에 셀트리온을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JP모건에 있던 임석정 회장이 매각을 주관했다. 셀트리온은 매각을 부각시키는 한편 물밑에선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는데 그 역시 임석정 회장이 관여했다.
일견 한 쪽으로 기울어 보일 수 있는 거래인 데다 두 회장의 친분이 돈독하다보니 '서정진 회장이 새 길을 찾는 임석정 회장에 선물을 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러 안전장치를 갖춘 CB 투자는 회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선 2000억원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 M&A를 위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셀트리온홀딩스가 사실상 서정진 회장의 개인 회사(지분율 93.88%)이긴 하지만 알려진 것처럼 기우는 거래를 한다면 배임 가능성도 있다"며 "거래에선 '선물'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알려진 조건이 다르거나 알려지지 않은 다른 변수들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재무 상황은 썩 여유롭지 않다. 현금이 많지 않아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을 해소하기 위해 보유한 셀트리온주식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돈을 조달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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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10일 14:0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