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화재 보험설계사 수만 7만여명
삼성그룹으로 '불똥' 튈까 조마 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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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 고용보험 가입 등 근로자성 적용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설계사 단체도 노조설립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계열사 내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삼성그룹은 행여 삼성생명, 화재에도 대규모 노조가 생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노동 3권을(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요청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 34만명에 달하는 설계사들이 활동하는 보험업계는 이에 따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설계사 단체들은 조만간 고용노동부에 노조설립 신청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연구원이 지난달 삼성생명을 비롯한 설계사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아직까진 19.4%만이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근로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반수 이상인 78% 정도가 '개인사업자'를 선호한다는 결과다. 다만 최근 보험사들의 영업조직 구조조정이 한창이라 설계사들의 노조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한 보험설계사는 “금융산업 변화에 따라 설계사 조직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럴 경우 설계사들도 노조설립에 적극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사 중에서 가장 냉가슴을 앓는 곳이 삼성계열의 삼성생명, 화재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등록설계사 수는 3만4000여명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다. 다음으로 한화생명(2만명), 교보생명(1만8000명) 순이다. 손보업계에서도 삼성화재가 4만명의 설계사를 두어 한화손해보험(3만2000명), 동부화재(2만2000명)등 타사보다 월등히 많다. 노조가 생길 경우 영향력도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삼성에선 우려하는 것은 비단 생명과 화재에 노조가 생기는 문제만이 아니다. 창업자인 선대 이병철 회장 때부터 삼성그룹은 무노조 원칙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이런 원칙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올해 들어 3월 삼성엔지니어링, 4월 삼성웰스토리, 7월 에스원 등에서 노조가 설립됐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과 화재에 노조가 생기면 전 계열사로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수만명에 달하는 설계사들의 노조가 생긴다면 이전에 생긴 삼성그룹 내 노조와는 지위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라며 “삼성그룹에서도 총수 부재 상황에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그간의 무노조 원칙의 노사관계가 깨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노동법개정 등 남은 과제가 많은 만큼 회사차원에서 대응할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삼성생명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논의라 회사차원에서 이렇다 할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며 “현재로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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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