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vs 채권단 줄다리기 과정서 경쟁력 상실
상대적 재무구조 개선중인 대한항공과 대조적
CJ대한통운 지분 외 매각가능 자산도 없어
자금줄 막히자 “국적 항공사 첫 디폴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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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항공 산업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여객 수송은 해외 여행 확대로 최고치를 지속하고 있고, 화물 운송은 세계 IT 경기 호조로 급등세를 기록 중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국내 국적 항공사들도 일정 부분 효과를 보고는 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 지난 몇 년간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경쟁력 강화 기회를 잃었다.
두 항공사만 놓고 비교하면 특히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심각하다. 단순히 업황에 따른 부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10년 넘게 그룹 확장 또는 재건의 사실상 담보물 역할을 하고 있어 기업 가치가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4년 12월 자율협약을 졸업하며 개선되는 듯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지표는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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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기준으로 2015년 990%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16년에 689%로 떨어졌지만 반년만에 다시 738%로 올라갔다.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대형 항공기 A380 총 6대를 금융리스로 도입하면서 금융리스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2019년 IFRS16(리스 회계규정) 도입에 따른 추가적인 부채비율 증가도 문제다. 아시아나항공은 83기의 기재 중 50기를 운용리스로 도입했다. 운용리스가 부채로 인식되면 리스부채는 1조7500억원으로 추정, 200%포인트 가까운 부채비율 증가가 불가피하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공모채 시장 접근은 어려워졌다. 10월에 있었던 6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30억원의 유효 수요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부족자금 상당 부분은 장래매출채권 유동화(ABS)로 조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ABS 잔액은 2012년말 3812억원에서 2017년 6월말 1조1839억원으로 8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차입금 만기도 짧아졌다. 같은 기간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26.3%에서 42.7%로 증가했다. 특히 유통 만기가 1년 미만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시장에까지 등장했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이 단기 자금 조달에 급급했던 것으로 해석한다.
외부 차입 문은 막혀가는데 팔 만한 자산은 없다. 얼마 전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한 것도 조급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제는 1700억원 정도의 CJ대한통운 지분과 항공기 자산에 대한 세일앤드리스백(Sale & Lease Back) 정도 남아있다. 자회사 IPO(기업공개)도 유효한 카드가 아니다.
이에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자율관리 대상’에서 ‘심층관리 대상’으로 재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에서도 이제 아시아나항공은 투자처 아닌, 피해야 할 곳으로 치부되고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자금 조달 관련해서 자주 연락이 오고 있지만 도와 줄 여지가 많지 않다”며 “이미 금융권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많이 차 있는 상황이어서 채권이든 주식 관련 자산이든 시장에서 소화시키기 어렵다”고 전했다.
사업 측면에선 해외 항공사와 LCC 사이에서 전략 마련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 노선 비중이 60% 중반대를 기록한다. 아시아에서 단가를 낮추고 탑승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LCC들과 경쟁을 하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도 에어부산, 에어서울 같은 LCC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쟁력이 떨어진다. 체질 개선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할 때 자금이 말라버린 국내 해운사들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의 더 큰 우려는 그룹 리스크 전이 가능성, 그에 따른 신뢰도 하락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보인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응이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룹 주축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확장, 또는 재건 때마다 사실상의 담보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때 아시아나항공은 직간접적 인수 주체였다. 최근 기내식 사업자 교체도 금호타이어 인수와 무관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2004년부터 기내식 공급을 해 온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계약을 종결하고, 대신 중국 하이난항공과의 합작사 게이트고메코리아와 기내식 서비스를 30년 계약으로 체결하며 헐값 매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금호홀딩스가 하이난그룹을 대상으로 1600억원규모의 20년 만기 무이자 무담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기내식 공급을 계약했다는 것이다. 금호홀딩스가 금호타이어 인수 주체라는 점을 들어 채권단은 이 BW도 문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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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대한항공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규모나 사업 지위가 괜찮고 제휴도 추진이 되는 상황이다. 물론 사업외적인 이슈가 부각되기도 하지만 아시아나항공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평가다. 특히 재무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오너 의지에 따라 그룹 차원의 지원이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여타 계열사 간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박삼구 회장 등 오너 일가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4~5년전의 시장 경쟁력만 유지했어도 지금 그 수혜를 고스란히 받았겠지만, 이제는 회사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 자율협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에 박삼구 회장은 뒤늦게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채권단 측에 제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그룹과 오너 일가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지만, 상대적으로 주력기업을 키우고 지원하는 데는 집중한다”며 “박삼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살릴 생각보다, 아시아나항공을 레버리지 삼아 그룹을 어떻게 다시 키울 것인가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그룹 전반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평가는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는 말로 정리가 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연말 정기평가를 앞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리거가 작동돼 신용등급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유동화 시장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적 항공사로서 첫 디폴트를 경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괜한 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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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