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수익률 보장, 선호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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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달 31일, SK E&S는 6700억여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가 투자자를 모집, 신주를 인수하는 구조다. 미래에셋은 SK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SK가 SPC에 일정 고정 수익률을 제공하고, 추후 되사올수도 있다. 성격은 채무와 비슷하지만, 투자금은 전액 자본으로 계상된다.
#2.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GE캐피탈의 보유 중이던 현대캐피탈 지분 20%를 인수했다. 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은 IBK투자증권이 유치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댔다. 현대차는 FI들이 구성한 특수목적회사(SPC)와 TRS 계약을 체결, 내부 자금 소모 없이 GE와의 합작을 청산했다.
'편법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TRS가 기업 지분·지배구조 개편의 마법사로 떠올랐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완충장치로도 쓰임새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가능성을 확인한 투자은행(IB)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며 거래를 수임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TRS는 지분이나 지분과 관련된 증권을 FI가 인수하는 대신, 기업이나 특정 주주가 FI에게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계약이다. FI는 지분의 가치가 올라가던 떨어지던 보장된 수익률만을 이익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이익과 손실은 모두 계약자인 기업이나 특정 주주가 책임지게 된다.
TRS의 가장 큰 특징은 FI가 법적으로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TRS는 수익 배분에 대한 계약이지 소유권에 대한 계약이 아닌 까닭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사실상의 실질 소유권은 계약자인 기업이나 특정 주주가 가져가는 양상을 띈다.
지난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TRS를 통해 삼성물산 지분을 매집한 뒤,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단 하루만에 지분 6%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특징 때문에 TRS는 지분의 소유권과 그 이전 방식이 '핵심'인 경영권 승계 거래에도 활용할 여지가 많다. '승계'는 아니었지만, 지난 2014년 경영권 확보를 위해 TRS가 활용된 사례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지분 12%를 TRS로 매각하며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30%에 대한 의결권이 살아났다.
예컨데 지분 일부를 외부에 TRS로 매각해 지분 승계 규모를 줄이고, 추후 지분을 계열사 등을 통해 되사오거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우선 매출 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FI들은 지분 투자에 대한 손실 부담을 지지 않기 때문에 자금 유치가 전반적으로 수월해진다.
한 증권사 임원급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실트론 지분을 TRS 방식으로 매수하는 등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최대주주를 돕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에서도 TRS 구조의 거래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TRS가 새로운 먹을거리 중 하나로 떠오르며 주선자이자 주요 투자자 역할을 하는 IB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미 포화된 국내 기업금융 시장에서 TRS는 한때 퍼플오션(차별화시장)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다시 레드오션(초경쟁시장)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SK E&S 유상증자가 그 사례 중 하나다. SK E&S는 당초 TRS를 염두에 두고 국내 한 대형증권사와 교감을 나눴다. 경쟁자들이 진입하며 제한적인 입찰을 거쳤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미래에셋대우가 거래를 수임하게 됐다.
한 증권사 실무자는 "TRS 계약 당사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만 있다면 TRS 투자자를 모집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도 보장 수익률이 채권 대비 높고,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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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