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만 세 차례 블록세일
오버행 이슈에 상승세 타던 주가 발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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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주가가 ‘7300원의 덫’에 걸렸다.
지난 20일 예금보험공사는 시간외대량매매방식(블록세일)으로 한화생명 보유 주식 2171만주(지분율 2.5%)를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격은 전일 종가대비 3.8% 할인한 7330원이다. 8월에도 2388만주(지분율 2.75%)를 7280원에 시장에 내놨다.
예보에 앞서 한화생명 최대 주주 한화건설도 블록세일을 단행한 바 있다. 7월 한화생명 주식 2869만주(지분율 3.3%)를 주당 7134원에 매각했다. 하반기 들어서만 세 차례 블록세일이 이뤄진 것이다.
매각자들은 할인율을 감안해 주당 7300원가량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여지 없이 대량의 주식을 시장에 내놨다. 블록세일이 있을 때마다 주가는 주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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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시장의 오버행 부담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보가 아직 들고 있는 한화생명 지분만 10%에 달한다. 새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구성된 후 첫 움직임이 한화생명 블록세일이었고, 앞으로도 조속히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예보는 그간 '시장 상황을 살펴 매각한다'는 일반론을 펴왔으나 올해 행보를 통해 기준치를 어느 정도 시장에 노출했다.
비단 예보뿐 아니라 살림살이가 궁색한 한화건설도 한화생명 주식을 매각하려 할 여지가 남아 있다. 한화건설은 교환사채(EB)를 발행하거나 담보대출을 받는 등 한화생명 주식을 자금 조달 루트로 활용해 왔다. 잔여지분 상당 부분을 털어내도 그룹의 경영권 유지엔 큰 영향이 없다.
한화생명 투자자들은 난감할 상황이다. 보험업계가 그나마 금리 상승 국면이라는 호기를 맞았지만 한화생명은 블록세일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이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이란 예상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가가 오를만 하면 나오는 블록세일에 목표주가를 제시하기가 난감하다"며 "투자자들도 투자 전략을 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예보가 10% 이하로 지분을 쉽사리 줄이지 않을 것이란 점 정도가 기대할 만한 요소다. 예보는 그간 10%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 자격으로 한화생명 이사회에 예보 측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번에 2.5%만 블록세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예보가 지분율이 10%이하로 떨어지면 경영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전 보다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험주 주가가 오르고 외국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는 터라 마냥 매각을 늦추다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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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23일 15: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