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회계 변경에 따른 일시적 손실" 시장 "믿기 어렵다"
새 먹거리 부재에 유동성은 다시 빠듯…신뢰 회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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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해외건설 '트라우마'는 진행형이다. 한화건설은 연초만 해도 해외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를 자신해왔지만, 또 한 번의 '어닝 쇼크'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보수적인 회계처리에 따른 일시적 손실이란 해명에도 시장은 반신반의한 분위기다. 유동성 문제가 다시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금융 시장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한화건설은 3분기 연결 기준 196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중동 해외 플랜트 5개 사업장에서 총 2300억원의 '지체상금(L/D)'을 미리 비용으로 반영한 점이 반영됐다. 회사는 확정 손실이 아닌 보수적인 회계 적용에 따른 장부상 손실로 해명했다. 계약상 공사종료일이 지난 해외 사업장의 비용을 미리 최대치로 반영해 놓은 후 발주처와 협의해 일부 금액을 되돌려받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4분기 이후 추가적인 손실은 더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회사의 해명에도 한화건설과 한화건설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올해 들어 회사가 일찌감치 시장에 실적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3분기 실적 발표로 회사의 장밋빛 전망은 물거품이 됐다. 신뢰도 측면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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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화건설의 해외 사업 불확실성은 계열사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위험 요소로 수년째 언급됐다. 최악의 한 해 였던 2015년을 지나 지난해엔 흑자전환에 성공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의 우려도 점차 누그러졌다. 지난해 10월 해외 플랜트 사업 현황에 대한 인베스트조선의 질의에도 한화건설은 공식적으로 "해외 플랜트 부문 추가 손실 가능성은 없다"며 "늦어도 2017년 상반기까지 인도를 마칠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연초 투자자설명회(IR)에서도 회사는 전 년 대비 큰 폭의 수익 개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사업의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을 묻는 투자자의 질문엔 "지체상금을 확정하는 등 손실을 미리 반영하면 발주처와 협상시 우리 잘못을 인정하는 꼴로 보일 수 있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신용평가사에도 향후 해외사업장에서의 대규모 손실이 재발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한화그룹 담당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한화건설이 지난 4월 IR땐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전년 대비 125.9% 증가한 2871억원으로 제시했지만 2분기엔 1800억원으로 낮췄고 이어 이번 3분기엔 1122억원이 손실로 반영돼 연간 영업익은 135억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한화건설은 "최근들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회계부정 등으로 최근 몇 달 사이 보수적 회계처리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회계법인의 조언에 따라 차후 발생할 비용을 미리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발주처와 협의가 긍정적으로 끝날 경우 이번 실적악화는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다만 건설 및 크레딧 업계에서는 비관적 전망이 대다수다. 한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유사 현장에서 국내 다른 건설사들의 사례들, 그동안 한화건설의 사업역량 및 협상력 등을 반영했을 때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20~30% 수준을 돌려받기도 힘들 것으로 같다”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한화건설의 유동성 우려가 다시 커지는 상황에서 잦은 실적 부침으로 금융권의 보수적 시각이 더욱 강화된 점이다. NICE신용평가도 3분기 적자가 드러난 이후 리포트를 통해 "▲재차 발생한 영업적자에 따른 금융기관 접근성 저하 가능성 ▲건설 경기 하락에 따른 건설금융시장 둔화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자금조달 여건이 과거 대비 저하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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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은 지난해 말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장의 공사대금 일부를 수령했고, 한화생명 지분등 보유 자산 일부를 매각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1조원 수준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차입금 상환 및 영업 활동 등으로 올해 3분기 3600억원까지 줄었다. 반면 향후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한다. 내년까지 총 2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지만 현재 신용등급(BBB+) 및 건설업황을 고려했을 때 차환발행은 쉽지 않다. 내년 상환을 앞둔 금융기관 차입금 약 6400억원은 만기 연장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지만 금융권의 여신 축소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한화건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예고치 않은 차입금 조기 상환을 요구받기도 했다.
새로운 현금창출원 확보도 쉽지 않다. 가장 큰 매출처인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 공사 진행은 당초 회사 계획보다 부진하다. 과중한 부채비율(331%)을 고려했을 때 신규 해외 사업에 진출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레딧 업계에선 한화건설이 선반영한 비용을 모두 손실로 확정 짓더라도 현재 신용등급이 하향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발주처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면 현재 정상적인 원가율을 보이는 다른 해외 사업장에 대해서도 면밀한 재평가에 나설 가능성이 언급된다. 결국 미숙했던 의사소통을 개선해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점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는 "지난 4월 IR 당시만 해도 회사가 이라크 비스마야 현장은 인력을 충원 중으로 앞으로 3개월내 사업을 재개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설명했지만 현재 3분기가 지나도록 매출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라며 "투자자에게 내걸었던 약속들이 반년도 지나지 않아 지속해서 엇나간 부분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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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