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출혈경쟁은 '잠잠' 전망
FI 엑시트 전략 마련, SI 재무부담 떨치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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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시멘트 인수전이 막을 내리면서 지난 5년간 진행된 시멘트업계 산업재편도 일단락됐다. 건설 경기가 꺾일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던 전략적투자자(SI)들은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확보가, 산업 안정성에 공격적으로 베팅했던 사모펀드(PEF)는 '투자금 회수'가 과제로 남아있다.
이달 초 아시아시멘트는 시멘트업계 마지막 매물로 꼽히던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며 업계 3위에 안착했다. 1위 쌍용양회는 대한시멘트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고 한일시멘트는 PEF와 손잡고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서 2위로 발돋움했다. 대형 인수합병(M&A)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아세아시멘트는 생존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했고 결국 한라시멘트를 품에 안을 기회를 잡았다.
한 때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시멘트업계는 과점체제가 더욱 공고해짐에 따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앞으로가 문제다. 국내 주택경기의 호황은 당장 내년부터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에 따른 건설·건자재 경기 또한 지난 수년간의 호황을 맛보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다. 이에 따라 점유율 확장을 위한 과도한 경쟁보단 춘궁기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멘트업계는 한 곳의 업체가 단가를 낮춰서 경쟁사의 점유율을 뺏어올 수 있는 과열경쟁 시대가 지났다"며 "업계 재편이 일단락 된 시점에서 각자 안정적인 경영전략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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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하락이 예고되는 가운데 시멘트 업체를 인수한 PEF들은 투자회수 전략 수립에, SI들은 인수를 위해 끌어 쓴 자금의 부담을 떨쳐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 인수 이후 대한시멘트와 한남시멘트를 인수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이제는 확장전략보다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금 회수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턴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일부 계열사는 흡수합병하면서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회사는 현재 1조원 규모의 쌍용양회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LK투자파트너스를 우군으로 맞아 현대시멘트 인수에 성공한 한일시멘트는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효율화 작업이 우선이다. 한일시멘트와 현대시멘트의 공급처는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영업망을 확대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평가다. 회사는 현재 태양광 발전 등과 같은 신사업 추진도 고려 중이다. 수년 뒤 재무적투자자(FI)와의 결별이 예고돼 있다면 이를 위한 대응전략도 미리 세워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그룹은 인수 당시 차입을 통해 늘어난 재무부담을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을 통해 지난해와 같은 규모인 2200억원의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한라시멘트 인수를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아세아시멘트는 4000억원에 달하는 리파이낸싱 대주단 구성에 분주하다. 지분 인수자금 약 3800억원은 자체자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보유현금 사용 및 자산매각 또는 유동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수 년간 산업은행 관리를 받고 있는 성신양회의 입지는 애매하다. 산업이 대형사 위주의 과점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내놓은 지도 오래다. 현금은 말라가는 반면 차입금은 늘고 있어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시멘트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간 M&A를 통해 업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대부분의 업체들이 당분간은 체력 기르기와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할 전망이다"며 "건설경기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투자금 회수 및 수익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가 예년과 같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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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21일 10:2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