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영향은 미미...증권사 보유 채권은 '부담'
보험사 살림살이 나아지지만...'매도가능증권' 손실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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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6년 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역사적인 초저금리 시대가 마무리되며 금융권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30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본 1.25%에서 1.5%로 0.25%포인트(25bp) 인상키로 결의했다. 2011년 6월 이후 첫 기준금리 인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최소 1차례에서 3차례까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은행권은 반가운 표정이다. 그동안의 저금리 시대에서 가장 위축된 업권 중 하나가 은행이다. 1%대 초반까지 떨어진 순이자마진(NIM)은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 NIM은 5~10bp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며 시중의 부동자금이 다시 은행권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금리 인상 직후 우리은행은 예금 및 적금의 금리를 최고 0.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기에는 은행에 저원가성 예금 유입이 늘어나는만큼, 이런 자금을 묶어두기 위한 개인영업(WM)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올해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과 더불어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해왔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대출이 크게 줄어들진 않을 거란 평가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고, 실수요자들의 주택담보대출 수요 역시 견조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금리 인상이 예견돼있었기 때문에 선반영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 충격은 피할 수 없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전 최대 2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한때 2490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주식시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더, 얼마나 자주 기준금리를 올릴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주식의 상대적인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자금이 은행 등으로 빠져나가며 유동성이 줄어든다.
증권사의 리테일 부문 실적에도 큰 영향은 없을 거란 전망이다. 주식시장은 내년 달러 약세·위안화 강세·저유가 등 대외적인 영향으로 올해의 상승장 분위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KB증권은 내년 코스피 최대치로 3060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190조원에 달하는 증권사의 보유 채권 규모는 잠재적 폭탄이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올해 하반기 시장금리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며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대응에 애를 먹었다. 한 대형증권사의 경우 1000억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봤다는 루머가 여의도에 떠다닐 정도다.
보험업계는 자산운용 형태에 따라 다소 표정이 갈리는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보험사의 수익성이 개선된다. 안정적 자산운용이 필요한 업권 특성상 기준금리 및 이에 좌우되는 안전자산의 시장금리가 중요한 까닭이다. 특히 국내 보험사의 경우 생명보험, 손해보험을 막론하고 이자부자산의 비중이 매우 높다.
금리가 오르면 생보사들이 주로 판매하는 변액보증준비금도 줄어든다. 적립액이 환입되며 보험사들의 이익도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일부 보험사의 경우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유한 채권 자산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는 보험사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평가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까닭이다. 현대라이프생명보험, 동부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주로 중소형사들이 2015~2016년을 전후해 보유 채권 상당 부분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전환, 시가등락에 영향을 받게 됐다.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시기와 폭은 유동적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을 통해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은 물론,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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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1월 30일 11:3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