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추가 금리인상 시점 '고민'
기업들, 금리 더 오르기 전 자금조달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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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됐던 회사채 시장이 내년 초부터 다시 달아오를 전망이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은 잠시 해소됐지만 또 다시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기업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내년이 만기인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기업들은 추가 금리인상에 대비해 미리 준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채권자본시장(DCM) 시장에선 SK·신세계·LG·롯데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내년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대부분 올해보다 많다.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과 신용등급도 뒷받침되고 있다. 이미 몇몇 그룹 계열사들은 연초 차환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 작업과 투자자 수요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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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SK그룹의 경우 내년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올해와 비슷한 4조1140억원이다. 주요 그룹 중 가장 많다. 지주사 SK㈜의 만기물량이 1조500억원으로 가장 많고 SK에너지(3500억원), SK E&S(3000억원), SK텔레콤(2800억원), SK하이닉스(2200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내년 LG그룹의 만기도래 회사채는 올해 보다 4000억원가량 늘어난 2조5650억원이다. 우량채권으로 분류되는 LG전자가 6400억원, LG유플러스가 4300억원 수준이다.
중국사업 철수와 국내 점포를 일부 정리하고 있는 이마트도 자금조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1월부터 15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 전체로는 6000억원이다. 올초 그룹사 중 가장 먼저 발행에 나선 이마트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1조원이 넘는 기관들이 투자의사를 확인했다. 중국 철수로 타격은 받았지만 신용등급이 AA급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수요는 충분할 것이란 평가다.
이와 더불어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여전히 회사채 시장 큰손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대차그룹,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CJ그룹 또한 내년 채권 시장에서 주목할 기업으로 꼽힌다.
증권사 DCM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미 금리 인상을 예견하고 있었고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발행에 나설 준비를 해왔다"며 "금융권을 중심으로 추가 인상 시기에 대해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불안정성이 다소 해소된 시점에 한시라도 빨리 발행에 나서려는 전략을 세우는 기업들 많다"고 했다.
공격적인 자금 조달이 다소 조심스러운 곳들도 있다. 롯데와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은 내년에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3조원 이상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현재 경영비리와 관련한 신동빈 회장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으로 현 시점에서 무리한 자금조달은 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채 시장의 큰손으로 불렸던 삼성그룹도 총수 구속수사 이후로는 자취를 감추고 순상환 기조로 전환했다. 이 같은 행보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만기 회사채 전체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물산은 차환발행과 현금상환 비중을 두고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업황 침체 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열사들은 공모 회사채 시장보단 현재와 같이 사모채 시장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재무부담이 큰 그룹들에 회사채 시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를 비롯해 A+이상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계열사가 없는 두산그룹,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에 대한 재무부담이 커진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두산그룹은 현재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을, 두산밥캣은 포터블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또한 해외합작사 지분과 대우건설 지분 등을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두 그룹 모두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다른 그룹들에 비해 크진 않지만 회사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현재로선 회사채 발행을 통한 조달은 사실상 어려워 자산매각 또는 자산유동화 등으로 차입금 만기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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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01일 16: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