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입지 좁아지고 알짜 사업 완충력도 잃어
자구 노력 이어가야…방산부문 활용 가능성에 관심
분리 검토하다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현실적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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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를 줄였고 자산을 매각해 얼마간의 유동성도 확보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곧 그룹이던 때와 비교하면 그룹 내 위상은 크게 좁아졌고,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조선업황 개선이 쉽지 않아 현대중공업은 앞으로도 비주력사업 정리를 통한 홀로서기에 나서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적 기여도가 크지 않은 방위산업부문을 활용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3조5000억원 규모 자구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만 해도 현대중공업은 호텔현대(2000억원)를 매각했고, 그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은 프리IPO(4000억원)를, 손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은 현대로보틱스 지분 매각(3500억원)을 각각 완료했다.
4월 그룹 지배구조도 개편됐다. 조선 3사 중심에서 현대로보틱스 중심의 지주사 체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보틱스를 비롯,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등이 차입금 부담을 나눠졌다. 조선 3사의 재무 부담은 완화했다. 지난해 말 7조원 이상이던 3사의 차입규모는 지난달 4조6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일련의 작업으로 현대중공업의 재무 상황은 크게 개선됐고, 단기적으론 큰 유동성 위기는 닥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그러나 핵심인 조선 업황 회복은 더디다. 최근 신규 수주가 늘긴 했으나 지난해 수주 절벽의 영향으로 내년에도 매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입금 감축은 회사의 덩치가 줄어든 데 따른 면도 있어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조선 부문의 부진을 완충해주던 알짜 사업들이 떨어져 나간 것도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조선 업황은 어렵고 당장 내년에도 적자가 날 가능성이 있다”며 “그룹 내 위상이 쪼그라든 현대중공업은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롯데그룹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호텔 및 농장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엔 현대미포조선에 울산광역시 소재 부동산을 443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비주력사업 정리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은 외부기관을 통해 방위산업 부문(특수선사업부) 분리 가능성을 검토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들어 검토 작업을 중단했지만, 방산부문 분리는 검토해볼 만한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지할 필요성은 크지 않은 반면, 매각 시 유동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방산부문에선 구축함, 잠수함, 초계함 등을 건조해 왔다. 거래 상대방이 국가인 만큼 사업 안정성이 담보되고, 해외 고객들에 수준 높은 기술력도 각인시킬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나라에서 조기 발주를 해줬고, 회사는 방산부문 매출 채권을 유동화해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그렇다고 매력도가 높다고 보긴 어렵다. 방산부문 매출은 조선 매출 대비 비중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가가 상대다보니 안정적이긴 하지만 마진도 박하다. 납품 지연이나 결함이라도 발견되면 대규모 지체상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에 와선 '맡을 만한 곳이 없어' 계속 사업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사 방위산업 담당 연구원은 “비주력사업 정리 및 유동성 확보 기조에 비춰봤을 때 현대중공업은 방산부문 분리 매각도 하나의 선택지로 염두에 둘만 하다”며 “과거 매각이 검토됐던 대우조선해양 방산부문에 비해 가격 부담이 덜하고 눈독을 들일만한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잠재 인수 후보로 LIG넥스원, 한화그룹 등을 거론하고 있다.
방산부문 분리, 아울러 매각 작업이 현실화 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분리 후 방위산업체로 지정되기 위해선 생산 및 검사시설, 인력 등을 갖추고 보안심사도 받아야 한다. 방산부문과 일반 조선부문은 생산 인력과 부서가 나눠져 있긴 하지만 설비와 공정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신설법인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단절되고 독립적 설비를 갖추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도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이유로 올해 방산부문 분할 매각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방산부문 자회사 설립 및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분사의 어려움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다만 “현재 방산부문 분리 움직임은 없으며 검토한 바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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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