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행위 정조준, 대기업 눈치
SK·CJ 일부 사업 정리 '빠른 행보'
中企 승계 매물은 계속 쏟아질 듯
금융권, 압박 수위 높아져 부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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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자본시장의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올해 각종 지표들은 강해진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을 증명했고, 이러한 온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공정’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본격화하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는 예상보다 빨랐던 대선, 끊이지 않은 북한의 도발, 중국의 사드 보복 등 국내외 정세 변동성이 여느 해보다 컸지만 자본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코스피 지수는 위기 때마다 힘을 내며 처음으로 2500 벽을 깼다. 코스닥도 정부의 활성화 의지, 기관 자금 유입 및 주가 상승이 맞물리며 연말 급등세를 보였다. 반도체, 헬스케어 종목이 호황을 이끌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온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했고, 주요 기관들도 3% 언저리를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코스피 지수 2900에 도달할 것으로 점쳤고, 삼성증권은 코스피 지수 상단으로 3100을 제시하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 재벌 개혁 성과 가시화”…불공정 관행 철폐 속도전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등 구호를 내걸었다. 공정과 공평의 정신이 근간에 깔린 국정 철학을 선언했고, 점차 강력한 실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의 갑질, 오너 일가의 부당한 편취 등 불공정한 관행에 철퇴가 가해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연일 ‘법 앞에 평등한’ 재벌 개혁을 강조하며, 내년 상반기 5대그룹 개혁 성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내년에도 2년차 정부의 의중을 살피며 내부 살림을 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 중인 삼성그룹, 딥체인지를 천명한 SK그룹은 반도체 호황을 이을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직 변변한 승계 움직임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LG그룹은 오너가가 지분을 가지던 LG상사를 ㈜LG 아래 편입시키기로 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롯데그룹은 출자고리 해소, 금융계열사 정리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룹들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힘을 싣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갈리고, 일부는 매물로 나올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M&A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인수에만 집중하던 SK그룹과 CJ그룹이 일부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내년부터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다른 그룹에서도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계 어렵고 대기업은 관망세…中企에 온기 돌까?
올해는 중소·중견기업의 승계 성격 매물이 많았는데 내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부의 대물림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승계에 따른 각종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가업을 잇기 보다는 회사를 매각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계 자본이 새 주인으로 나서는 사례가 늘면서 국부의 유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들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책에 우려를 표했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엔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강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태도를 취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적정한 이익을 내려 보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라며 “재정으로 3년간 고용 장려금을 지원한다는 것도 그 안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에 실리는 힘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기업도 많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으로의 자금 유입은 기대할 만 하다. 정부는 자금력이 많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키우는 편이 고용이나 경제 성장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혹은 ‘생산적 금융’이라는 기치 아래 신성장동력, 그린에너지 등 정부 입맛에 맞는 펀드들이 결성되고 있다.
◇'포용적 금융' 中企 지원 압박…운신의 폭 좁아진 금융업계
금융권이라고 정부 정책 기조를 피해가기는 어렵다. 포용적 금융, 생산적 금융이라는 모토 아래 중소기업 지원 강화, 실수요자 중심 부동산 정책 등 신호가 금융회사들에 내려오고 있다. 역시 부와 이익의 비정상적 쏠림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뜻이 녹아 있다.
정부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공보 장관’ 역으로 나섰다. 금융회사의 ‘셀프 연임’이나 대기업 그룹 회원사 출신이 금융협회장에 계속 선임된다는 점을 비판하는 등 작심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신(新) 관치'라는 말도 나온다. 이번 정부 들어 퇴진론이 거론되던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채용비리 논란에 낙마했고, 주요 금융협회장 선정 절차에선 관피아 논란이 일고 있다.
재벌 그룹의 금융회사 소유를 탐탁지 않게 보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힘이 실리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으나 썩 적극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금융위원회 민간 자문 조직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이달 중 은산분리 완화 반대 권고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기본원칙은 철저한 자구노력과 엄정한 손실분담이다. 산업은행을 통해선 기업의 단기적 연명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유지시키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대우조선해양 등 ‘대마불사’식 구조조정은 쉽지 않다. 대우건설 매각이 내년 이후 정부 구조조정 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PEF)에 대한 기대는 앞선 정부와 닮아있다. 정부는 시장 중심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 1조원 규모 민관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기준금리, 회계기준 등 금융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울 요소는 많지만 가계대출, 부동산 투자 등 안정적 먹거리는 줄어들 전망이다.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내년 목표를 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분위기다. 금융지주들은 은행 외에 계열사간 협력을 중시하고, 초대형 IB 활용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자생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글로벌, M&A라는 주제가 내년 금융사 수장들의 신년사에서도 등장할 전망이다.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모든 정책은 큰 틀에선 ‘공정’을 추구하고 있지만 여러 영역에 적용하는 과정에선 예상치 못한 균열도 나타나고 있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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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