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소식에 주가 급락
공정위에 이어 금융위 조사 나올 것이란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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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의 ‘초대형 IB’ 꿈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행어음 사업에 제동을 건데다 내년에는 금융위원회마저 조사에 들어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확장 의지는 크나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내부조직마저 통폐합 이슈로 시끌 시끌해 내년이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란 분위기다.
지난 15일 미래에셋대우는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증자에 성공하면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8조원을 채우며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초대형투자은행(IB)이 된다. 종합투자계좌(IMA) 1호 사업자에 도전할 자격도 갖춘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증자 소식 이후 지난 18일 주가는 전일 대비 13.46% 하락한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규모 증자로 주식가치가 희석될 것이란 점과 더불어 초대형 IB사업에 차질이 빚어 지는 것 아닌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증자 계획을 밝힌 당일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7월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하여 공정위의 서면 자료요청 등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인가 심사가 보류될 것을 금융당국에서 통보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 나오던 공정위와의 갈등이 표면화 되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해 공정위가 무엇을 조사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보니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라며 “네이버와의 자사주 교환 등 그간 공정위와 갈등을 빚었던 부분이 표면화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안팎에선 이러다 초대형 IB사업 자체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더불어 사업추진에 맞춰 급작스럽게 자본을 확충하다 보니 자기자본이익률(ROE) 확보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증권가에선 초대형 IB사업 차질과 우선주 증자로 내년도 ROE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선주 증자에 따른 ROE((2018년 기존 예상치 -0.32%p) 하락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공정위의 감시는 더욱 깐깐해 질 것이란 관측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10년 상호출자대기업에 지정되면서 공정위 감시에 놓이게 됐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지배구조, 내부거래 등을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교수시절부터 미래에셋그룹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했다.
한 금융기관 연구원은 “발행어음 사업의 경우 계열사 지원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꼼꼼하게 내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조사를 무사히 넘기더라도 금융위원회라는 산이 남았다. 내년 하반기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도입되면 비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미래에셋그룹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미래에셋그룹은 블루마운틴 골프장을 비롯해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등 비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IMA사업의 경우도 금융위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의 입장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를 대상으로 심사하는 단기어음 발행인가 과정을 뛰어넘어 미래에셋대우를 IMA 사업자로 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도 공식적으론 IMA 지정 신청보다는 해외진출을 위한 ‘종잣돈’ 마련을 위함이란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 정권시절 국세청 조사도 받았지만 이렇다 할 비리 혐의를 밝히지는 못했다"라며 "규제산업인 금융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에선 초대형 IB사업을 위한 조직개편 등이 한창이다. 해외관련 부서와 인력을 충원하면서 이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언제쯤이나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를지 미지수다. 한때 대우증권 출신들이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연말인사에서 이렇다 할 인사태풍은 없었다. 하지만 중복지점 통폐합을 비롯한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있어 회사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한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IB부문의 경우 대우증권 출신들이 팀장급으로 승진했지만, 여전히 그 이하 실무진 급에선 상대적으로 대우증권 출신이 소외받는다는 말들이 나온다"라며 "초대형 IB사업 선정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지고 인력이동이 많아 내부적으로 어수선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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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20일 15: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