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강후약 코스피...2500선에서 쉬어가기
코넥스 신규 상장 반 토막...정부 정책서도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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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코스닥의 부상, 코스피의 선전, 코넥스의 몰락으로 정리된다.
화장품 거품이 꺼지며 침체됐던 코스닥은 다시 찾아온 바이오 붐과 새 정부 정책에 힘입어 10년만에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활황 덕을 본 코스피도 사상 첫 지수 2500의 신기록을 썼다. 다만 '전 정권의 유산'인 코넥스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지수는 2017년 들어 20% 이상 올랐다. 지난해 말 631.44로 마감됐던 지수는 1분기 한때 60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히 오르며 11월말 장중 8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저점과 최고점을 비교하면 35% 가까이 상승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중소기업 친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던 8월을 전후로 코스닥 지수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새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에 힘을 싣고, 대기업 규제와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보호와 육성을 천명했다.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는 코스닥 투자를 사실상 제한하던 내부 투자 규정을 잇따라 완화하거나 폐지했다.
화장품주와 함께 코스닥 지수를 좌우하던 바이오주들도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18년엔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들이 대거 상업화 단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약은 8종에 불과했지만, 2018년엔 한 해에만 7개의 신약 허가가 기대된다.
지수가 상승세를 타자 돈도 몰리기 시작했다. 11월 한달 동안에만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코스닥 상장지수증권(ETF)에 몰렸다. 은행들도 신탁 형식의 코스닥 상장지수증권(ETF)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이목은 정부가 2018년 1월 발표할 예정인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쏠려있다.
이는 자본시장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7년 코스닥 신규 상장 공모 규모는 3조5000억여원으로 전년(2조2000억여원)대비 60%나 늘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펄어비스 등 코스피에서 탐을 내던 대형주는 물론, 티슈진, 스튜디오드래곤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줄줄이 코스닥행을 택했다.
코스피 시장은 선강후약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2000선을 가까스로 회복한 코스피 지수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파도를 타고 사상 최대치인 2500까지 올랐다. 다만 하반기들어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이며 코스닥에 메인 무대를 내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자본시장에서는 '그래도 코스피'라는 이름값을 했다. 2017년 코스피 신규 상장 공모 규모는 4조4000억여원으로 전년(4조20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코스닥 강세로 인해 2016년 14건이었던 상장 건수가 7건으로 줄어든 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현대상선·대한항공·삼성증권 등이 잇따라 대규모 공모를 진행하며 공모 유상증자 규모는 2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유상증자 공모 규모가 1조원에 미치지 못한 코스닥에 비해 세컨더리딜(추가 공모) 능력은 코스피가 여전히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3년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제 3시장으로 화려하게 막을 연 코넥스 시장은 올해 '물음표'만을 남겼다는 평가다.
우선 신규 상장 건수가 반 토막났다. 코넥스 시장은 2013년 45개사를 비롯해 매년 평균 50개 안팎의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2017년 코넥스 신규 상장 기업 수는 25개사로, 시장 개설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상장사 시가총액도 4조7000억여원으로 2016년말 4조3000억원 대비 10%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정부 차원의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 거래 활성화 방안의 혜택도 코넥스가 아닌, 장외 시장인 K-OTC에 집중됐다. K-OTC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자동으로 등록되는데다, 중소기업 비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면제가 확정되며 올해 시가총액이 14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K-OTC 내에 전문가플랫폼을 설치해 모험자본 회수시장으로 키워낸다는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코넥스와 상당 부분 성격이 겹치게 된다. 코넥스 기업은 코스닥 이전 상장시 상장 예비심사 절차가 간소화되는 혜택 외에는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넥스는 11월 발표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에도 소액공모 한도를 약간 늘린 것 외엔 대책이 없다시피 했다"며 "이전 정부의 대표적인 성과물이다보니 현 정부의 정책적 우선 순위에서 소외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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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