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계열사간 이동, 금융사 내부에서도 논란
감독당국 눈치보기도 늦어지는 인사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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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금융사 CEO 인사가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치는 물리적인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 소요가 예상된다.
여기에다 정부가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들여다 보겠다고 벼르고 있는 터라 쉽사리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다는 말들도 나온다. 늦어지는 인사에 리더십 공백상태가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임으로 촉발된 그룹 인사에서 금융사는 제외됐다. CEO 인사태풍이 불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찻잔 속의 태풍’이다. 덩달아 임원인사 일정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CEO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임원인사를 단행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늦어지는 인사의 배경으로 우선 그룹 컨트롤 타워 부재가 거론된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인사다 보니, ‘우왕좌왕’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전 같았으면 그룹에서 인사 방향에 대한 이야기들이 흘러 나오곤 했지만, 지금은 그런 통로마저 없다. 삼성전자 등 제조 계열사들은 내부의 인재풀이 다양하지만, 금융사는 그렇지 못한 부분도 컨트롤 타워 부재에 따른 영향이 크다.
일례로 이전에는 삼성 금융사 CEO들의 계열사간 이동이 빈번했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만 하더라도 삼성화재 사장을 역임한 이후 삼성생명으로 옮겼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도 그런 인사가 가능할 지에 대해 내부에서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삼성 금융사 관계자는 “이사회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CEO간 계열사 이동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 누구도 답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의 삼성생명 이동설이 많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근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자세도 연말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홍식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점검, 감독기관 의무 중의 의무다”라고 말하며 지배구조에 대해 철저하게 들여다 볼 것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금융혁신위까지 금융당국의 ‘셀프연임’ 비판에 가세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삼성 금융사는 자칫 계열사 순환 식의 CEO 인사를 단행하다, 감독당국과 마찰을 일을 킬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CEO 인사를 계기로 감독당국이 이사회 체제를 점검 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늦어지는 인사에 조직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부장 급 이하 실무진의 인사는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이들을 총괄하는 경영진 인사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책임질 사람이 없다 보니 사업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연말인사가 늦어질수록 실무진들의 업무 공백도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삼성 금융사 직원은 “영업부서가 핵심인 삼성생명, 화재의 경영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라며 “CEO 인사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져야 조직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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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21일 16:3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