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무너진 후 단독 국적선사...산은 자회사 파워도
한진해운 TTIA 가격 인하 요구 끝 지난달에야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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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영업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예전과 달라진 협상력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에 떠밀려 자산을 사모펀드(PEF)에 넘길 때는 조건을 두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으나, 자금력 있고 자본시장 영향력이 강한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된 후엔 PEF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는 모습이다.
현대상선은 해운업황 침체로 허덕이던 2013년말 3조3000억원 자구안을 발표한 이래 숨가쁘게 자산 매각을 이어갔다. 보유 유가증권은 시장에 팔았고, 각종 장비나 부지 등은 연관 사업체에 처분했다.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LNG전용선사업,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증권, 벌크선사업부 등 알짜 자산들은 굵직한 PEF들이 인수하거나 눈독을 들였다.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의 급한 불을 PEF 자금을 활용해 끄긴 했지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긴 어려웠다. 정부가 자구 노력을 강조하고 산업은행이 이를 독려함에 따라 자산을 빨리 처분하기 급했다. 가격과 부수 조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LNG, 벌크선 등은 사업의 안정성 덕에 일부 PEF의 관심이나마 끌 수 있었다. 현대상선이 2015년 오릭스 PE로부터 제시 받은 현대증권 가격은 이듬해 KB금융지주가 지불한 금액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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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은 그러나 지난해 7월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후 처지가 달라졌다. 더 큰 규모인 한진해운이 무너지며 유일한 국적선사가 됐다. '절대 망할 수 없는' 회사가 됐고, 선박 신조 및 각종 금융지원이 이어졌다.
PEF와의 협상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영업력 회복이라는 과제는 남아 있지만 예전처럼 급한 상황은 아니다. 자금력은 물론 국내 자본시장과 PEF 업계에 대한 영향력도 막강한 산업은행의 후광효과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달 완료한 터미널 TTIA(Total Terminal International Algeciras) 인수 거래가 대표적인 예다. TTIA는 2015년 한진해운이 IBK투자증권-한국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한 스페인 항만이다.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 편입된 후 해외 영업망 강화를 위해 인수를 추진해 왔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TTIA 인수 우선협상권을 얻은 후 늦어도 올해 1월까지는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실제 계약은 5월에 체결됐다. 거래 종결은 그로부터도 반년이 지난 후에야 이뤄졌다.
거래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무너진 후 TTIA에 물동량 공백이 생겼고, 그를 대신할만한 회사는 자신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우위에 서서 인수 가격을 계속 깎아달라는 통에 계약 체결과 거래 종결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드물게 큰 경영권거래(바이아웃)를 성사시켰던 IBK투자증권-한국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도 처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컨소시엄은 TTIA를 인수할 때 1461억원을 지불했는데, 매각한 가격은 1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의 부산신항 4부두(PSA현대부산신항만) 지분 인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PSA부산신항은 현대상선(10%) 외에 싱가포르항만공사(PSA),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IMM인베스트먼트(50%-1주)가 최대주주이자 항만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데, 국적선사가 모항을 가져가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최근엔 리딩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삼아 현대상선과 지분 매각 협상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협상의 무게 중심은 PSA(40%+1주)에 보다 쏠려 있는 분위기다. 2대 주주면서 IMM인베스트먼트의 최대 출자자(LP)기도 하다. 결국은 투자 성과가 중요한 IMM인베스트먼트와 장기적인 항만 운영이 목적인 PSA의 이해관계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PSA 사정에 밝은 M&A 업계 관계자는 “이 협상의 핵심은 두 해운사가 한 항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기 때문에 현대상선은 PEF 운용사(GP)보다는 해운사이자 핵심 출자자(LP)인 PSA와 협상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라며 “단기간에 뜻이 모아질 성격의 거래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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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