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송무 맡으며 롯데와 관계 회복
오너 송무 성과 안 좋아도 김앤장 외면 어려워
현대차 비롯해 아직 열리지 않은 먹거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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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법률사무소는 올해도 인수합병(M&A) 자문 시장에서 풍족한 결실을 거두며 독주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총수들의 방패 역할을 한 인연을 자문으로 연계시켜 왔는데 이런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승계 등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영역의 먹거리도 남아 있다. 여러 기업에 포진한 김앤장 변호사들도 쏠쏠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앤장이 지난해 거둔 성과 중 하나는 롯데그룹과 관계 회복이다. 매출이 중요한 김앤장과 수수료가 박한 롯데그룹은 궁합이 썩 좋지 않았는데, 십 수년 전 양측 수뇌부가 큰 갈등을 빚은 후론 서로 완전히 등을 돌렸다.
김앤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배임사건 변호를 맡으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조력자로 나서는 동안 그룹 지주사 전환 법률자문도 따냈다. 최근엔 계열사들도 단순 분쟁이나 부동산 자문, 혹은 수임료 수백만원 짜리 일까지 김앤장에 맡기기 시작했다. 신 회장은 작년 말 1심 소송에서 최악의 결과를 피했다. 롯데그룹은 해외 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벌 오너들의 형사 사건은 대형 법무법인의 변호사라도 쉽게 맡기 어렵다. 로펌업계에선 "전관 없이 송무를 맡는 것은 사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룹 실무진 입장에서도 승소를 위해서든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이 필요해서든 ‘회장님 사건’은 자연스레 전관이 즐비한 김앤장에 몰리게 된다. 송무 전문가도 많지만 돈 되는 형사 사건이라면 전문 분야를 막론하고 인력을 쏟아 붓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형사 사건은 오너가 막대한 소송 비용을 모두 대기 어려우니 그룹 계열사의 자문 수수료를 넉넉히 쳐주는 방식으로 보상하는 경우가 많다. 김앤장은 형사사건과 M&A를 비롯한 기타 자문을 묶어 수익화하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6년말 국정농단 사태로 열렸던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왔다. 법률대리인으로 동석해 대신 답변을 이어간 최찬묵 김앤장 변호사가 눈길을 모았다. 정 회장은 2006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됐다 두 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는데 당시에도 김앤장의 조력을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금력에 비해 M&A 시장에선 큰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를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꼭 다른 기업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내부 정리 과정에서 발생할 일감이 많다. 총수의 의중을 잘 아는 김앤장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인 이동규 김앤장 고문이 현대자동차 사외이사를 역임한 인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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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들이 김앤장을 고용한 형사 사건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것만은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심 전까지도 무죄를 점쳤지만 실형을 살았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끝에야 특별사면 됐다.
그럼에도 SK나 CJ그룹이 김앤장을 외면하지 않았다. 베인캐피탈-SK하이닉스 컨소시엄의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 SK네트웍스의 유류도매사업 매각, CJ대한통운의 아랍에미리트 물류사 이브라콤 인수 등 자문을 맡겼다. 두 그룹 모두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자문의 경중을 떠나 해외 기업 혹은 법무법인과 협상에서 김앤장 이상의 경험을 쌓은 곳은 찾기 어렵다.
삼성그룹은 특허소송 상대방인 애플을 대리한 김앤장과 관계가 소원했다. 오너 일가의 송무에서도 김앤장은 후순위 선택지였다. 하지만 최근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자문하는 등 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된 모양새다. LG그룹은 총수들이 사정 당국과 거리가 먼 그룹으로 꼽히는데, 주요 M&A에서 김앤장을 자문사로 고용하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사건의 반사효과로 한화그룹 자문 수임이 늘어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씨는 지난해 음주폭행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는데, 그 피해 상대방이 김앤장 변호사였다.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앤장에 불이익을 줄 수 없고 오히려 더 많은 자문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며 “김승연 회장 형사사건에 기여했던 다른 법무법인의 먹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지난해 두산그룹의 거의 모든 자문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김앤장은 2005년 ‘형제의 난’ 여파로 박용성 전 회장 등이 형사 재판을 받을 당시 변호를 맡았고, 2009년 그룹의 최대 M&A인 두산밥캣 인수도 자문한 바 있다. 최근 두산그룹 관련 소송과 자문에 관여하는 법무법인 기현도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다.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파생되는 일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앤장이 노릴 만한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먹거리도 많다. 공정위의 압박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곳이나 승계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기업들이다.
지난해 9월 1일 기준 순환출자 보유 대기업집단은 삼성·현대자동차·롯데·현대중공업·농협·대림·현대백화점·영풍·SM·현대산업개발 등 10곳이다. 이 중 가장 복잡했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김앤장이 말끔히 정리함에 따라 유사 의뢰가 많아질 수 있다. 김앤장은 지난해 현대미포조선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추진한 현대로보틱스 블록세일을 자문했고, 현대리바트와 현대H&S의 합병 법률자문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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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