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관심 많지만...'금융업 신뢰기반 망친다'
제도화·신사업화하는 해외 흐름과는 동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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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최근 임직원들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를 자제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다. 특히 투자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이 같은 메시지가 전달됐다. 실체가 불분명한데다, 자칫 투기 분위기에 휩쓸리면 고객들 앞에서 '중심'을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 국내 한 공제회 투자본부 역시 내부 직원의 가상화폐 투자를 금지했다. 이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하다 적발되면 본부에서 퇴출하겠다'며 엄중 경고했다. 가상화폐 자체보다는 블록체인 기술 등 제반 기술에 대한 투자 기회를 엿보라는 입장이다.
#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12월 하나은행 자금 횡령 사고 이후 내부 단속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문제를 일으킨 해당 직원이 비트코인 투자를 위해 은행 자금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가상화폐 투자에 손 대면 문제 직원으로 분류된다'는 위기감마저 흐르고 있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와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가상화폐 투자에 보수적인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금융권 안팎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임직원들이 들썩이고 있는 까닭이다.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금융권 관계자들의 반응은 '개인적으론 관심, 업무적으로는 금지'로 요약된다. 자금 흐름과 투자 수익에 민감한 분야인만큼 불과 1년 새 10배에서 많게는 100배 이상 가격이 오른 가상화폐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내 주변에도 가상화폐에 투자해 단기간에 억 단위의 수익을 올린 사람이 있다"며 "요즈음 여의도 카페에서 옆 테이블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보면 십중팔구는 가상화폐 이야기"라고 전했다.
다만 회사 차원의 접근 방식은 '규제'로 방향을 잡은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금융안정위원회(FSB)에 참석해 가상화폐에 규제에 대해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임직원 개인의 관심이 안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업과는 거리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에서 가상화폐 투자는 '한탕'을 노리는 투기수단으로 변질된 상황에서 임직원들이 이에 '부화뇌동'하면 그간 쌓은 신뢰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장 마감 없이 24시간 돌아가는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 발을 들이면 임직원의 업무 효율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 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기술 기반은 '블록체인'인데, 이 기술은 아직 발전 중으로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들린다.
규제 산업인 금융업의 제도권 내 회사들이 정부의 큰 방향과 엇박자를 내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굳이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 '밉상'으로 찍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입김이 곧바로 닿는 연기금·공제회는 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같은 국내의 반응은 해외의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최근 증권거래위원회에(SEC)에 올 상반기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를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3월까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데스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해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발언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는 최근 해당 발언에 대해 "후회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9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 상장된 사진 인화용 필름 제조업체 '이스트맨 코닥'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무려 117.6% 상승한 6.8달러에 마감됐다. 자체 가상화폐를 개발하고, 이와 연동한 사진 공유·거래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전 세계 10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메신저 텔레그램도 상반기 내 5억달러(약 5300억여원) 규모 가상화폐공개(ICO)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실시간 송금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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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10일 09:4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