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기업가치 불안감도 상존...IB업무 확대 움직임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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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홀딩스 메자닌 (전환사채와 교환사채 중간형태) 발행에 대한 은행 및 금융회사들의 투자검토가 막바지 진행 중이다. 끝간데 없는 바이오 열풍 속에서 "셀트리온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연일 고공행진하는 주가에 대한 부담도 없지 않지만 있지만 담보로 제공되는 자산으로 안정성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다만 바이오 광풍이 행여 버블로 끝날지에 대한 우려, 그리고 셀트리온 기업가치에 대한 의구심도 아직은 상존하고 있다. 대출창구가 막힌 상황에서 새 먹거리 창출이 급한 은행들의 투자은행(IB)업무 확대 움직임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임석정 전 CVC캐피탈 한국회장이 조성하는 셀트리온홀딩스 메자닌 투자에 신한은행, NH투자증권, 새마을금고, 삼성증권 등이 핵심 출자자(LP)로 나설 예정이다. 기관당 500억원 안팎으로 총 2200여억원 규모다. 최초 국민연금의 투자도 논의됐지만 국민연금 CIO 인선이 꼬이면서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 다른 시중은행도 펀드 참여여부를 검토하고 투자심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거래는 셀트리온홀딩스가 해당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동시에 교환사채(EB)성격과 유사하게 셀트리헬스케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교환가능한 형태로 진행 중이다. 서정진 회장이 보유한 물량이 담보다.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전환가액은 17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CB전환 후 보유한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은 서정진 회장이 다시 돼 사주는 풋옵션이 들어가 있다.
은행 가운데 최초 투자를 결정한 신한은행은 IB업무를 공유하는 신한금융투자와 공동 투자나 투자성과 배분 없이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같이 진행하는 투자 건에 있어서 GIB협의회에 안건을 올리지만 이 건에 있어서는 신한금융투자는 빠지고 신한은행 단독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다른 은행들도 연초부터 투자심의위원회를 개최, 소액이라도 참여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최초에는 셀트리온홀딩스가 비상장사인데다 셀트리온 계열사 지분만 갖춘 명목회사여서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시가총액 17조원을 넘어선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등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함에 따라 보수적인 성향의 은행들도 참여를 진행하고 있다.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36.2%) 시가는 6조원을 넘어선다. 처분이 용이한 상장사 지분이다보니 투자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셀트리온 주가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이 부분에서도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환사채 형태의 투자구조다보니 어쨌든 셀트리온의 성장성과 담보가 제공하는 안정성을 갖췄다"며 "셀트리온 투자로 성과를 낸 사례가 많았는데 은행들은 그간 빠져있었지만, 회사가 더 성장한다면 앞으로 투자기회가 또 올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따져보면 과거에 셀트리온 계열사에 더 낮은 가격으로 투자할 기회들이 있었지만 그때는 불확실성이 컸다. 지금은 더 비싼 가격에 투자를 단행해야 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바이오 열풍에 올라타겠느냐"는 판단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각 기관 내부에서도 이를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셀트리온그룹, 더 나아가 바이오산업에 대한 물음표가 여전하다는 오래된 고민이 남아있다. 동시에 셀트리온 주가 상승이 오롯이 회사의 가치만을 반영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바이오 열풍 대장주인데다, 코스닥에 기관들 자금이 몰리면서 주가가 덩달아 상승한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담보로 제공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의구심도 비슷하다. 사실상 셀트리온의 판매사에 불과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을 제외하고는 기업가치를 논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번 투자는 최근 새 먹거리를 찾아나선 은행들의 투자은행 업무 확대와도 연계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감독기관을 비롯, 최근 정부의 은행에 대한 시각은 "돈벌이에 치중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 창구 역할만 한다"로 요약되고 있다. 이를 벗어나려는 차원에서 기업대출 또는 리스크가 있는 IB업무의 확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중이다.
다만 예전과 같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나 투자 기회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자금이 코스닥과 신사업에 대한 투자종용 분위기도 적지 않다보니 과거보다 좀더 과감하게 셀트리온 투자에 보수적인 은행이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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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