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자율 인터뷰도…"자신감 드러냈다"평가도
정 부회장 중심 지배구조개편 가시화
계열사보다 주력사에 다시 주목하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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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보인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충분했다는 평가다. 직접 프로젝트 발표에 나서는가 하면 내외신 기자들과 장시간 대화를 이어가며 이전과는 달리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었다다.
정 부회장이 대내외적으로 존재감을 굳혀가는 동안 그룹 본연의 사업인 현대·기아차의 미래 가능성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정의선 부회장의 CES에서 보인 광폭행보는 국내기업 경영인 중 가장 눈에 띄었다. 4년 연속 CES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는 정 부회장은 미국의 자율주행 전문기업인 오로라와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현대차그룹-오로라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했다. 또한 인텔·모빌아이·오로라·엔비디아 등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CEO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외신기자들과의 급작스런 인터뷰도 1시간 가까이 진행했다. 까다로운 질문도 피하지 않았고 명확한 답변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소극적이라고 평가 받던 정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매우 적극적이다"며 "그룹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자신감을 내비침과 동시에 현대차가 변화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도 보인다"고 논평했다.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는 실제로 강화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전략기술본부의 위상은 예년과 달리 높아지고 있다. 전략기술본부는 그룹의 투자, M&A, 기술제휴 등을 관할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지영조 사장을 영입한 이후 꾸준히 인력보강에 나서며 사모펀드(PEF)와 회계법인 출신과 IB업계 인력까지 흡수하고 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직속 기구인 전략기술본부의 영향력과 위상이 전년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며 "향후 미래차 기술개발과 주요 기업과의 제휴, M&A가 이 곳을 중심으로 진행되면 정 부회장의 영향력 또한 자연스럽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최근의 행보에는 현대차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실적부진은 어느새 일반론이 됐고 미래차 기술은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에 비해 뒤쳐졌다는 점도 재계와 투자자들 사이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대외변수로 인해 그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증폭됐다. 이 와중에 투자자들은 현대차·기아차 등 사업에 주목하기 보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대외변수에 집중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고 수혜가 예상되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에 주목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는 결국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미래비전'을 제시하며 돌파구를 선보여야 한다. 정 부회장의 움직임으로 이를 연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
사실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은 이미 예견돼 왔고 이에 이견을 달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정 부회장이 그룹의 1인자로 올라설 때를 대비해 그의 '치적'을 만들기 위한 더 활발한 경영활동이 기대된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그룹 계열사보다 주력사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실적 개선을 위한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국내 투자기관 관계자는 "최근의 주가흐름을 보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 투자자들이 기존에 주목했던 현대차 계열사보다 오히려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며 "이는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실적부침이 심했던 현대-기아차에 대한 실적개선 노력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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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