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 브레인 역할 맡은 지영조·차인규 부사장에 '주목'
미래 차 기술투자 불가피…"사내 입지 더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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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달라지고 있다. 소극적이라 평가받던 정의선 부회장은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에 나섰고 내외신 기자들과 소통도 장시간 이어갔다. 기존 사업구조에 대한 반성과 함께 미래성장전략 마련에 힘을 쏟겠다는 정 부회장의 발표는 변화하는 현대차를 대변했다. 신사업 발굴이란 사명을 맡은 정 부회장과 더불어 그가 직접 챙기는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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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차인규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
현대차는 지난해 초 그룹 내 전략기술본부를 출범했다. 모빌리티·자율주행·스마트시티·로봇 등 통합적 미래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조직된 전략기술본부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아우르는 전사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 출신의 지영조 부사장(본부장)을 영입했다. 지 부사장은 서울대학교와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브라운대학교에선 응용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AT&T 벨 연구소와 맥킨지·엑센츄어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전략과 마케팅 등을 컨설팅 한 신 사업 전문가다. 지 부사장 총괄을 맡고 있으나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관할하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전략기술본부 내에 위치한 '오픈이노베이션' 관련 부서도 미래 차 시장 진출을 위한 최전방에 있다. 오픈이노베이션과 관련한 업무에선 현대엠엔소프트 대표를 지낸 차인규 부사장이 핵심인물로 꼽힌다. 차 부사장은 남양연구소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과 현대엠엔소프트 대표를 맡으며 현대차 내부에서 커넥티드카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최근 들어 전략기술본부의 외형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약 200여명으로 구성된 전략기술본부는 현재 국내외 투자은행(IB)·회계법인·사모펀드(PEF)를 비롯한 금융전문가는 물론이고 신사업 투자와 관련한 대기업 인력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전략기술본부와 오픈이노베이션센터의 성장은 현대차가 기존 제조업만을 기반으로 한 사업구조에 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현대차에서 기획실·기조실과 같은 컨트롤타워를 맡던 조직들은 ▲현대·기아차의 물량배분 ▲신차투입시기 조정 ▲부품업체 간 균형 ▲시장점유율과 외형성장 등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이끌어 왔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보다 미래 차 먹거리 발굴엔 소홀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두 부서는 기존 대규모 M&A와 신사업 발굴도 주도적으로 진행했으나 정 부회장이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는 조직이란 지적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메카닉 위주로 구성돼 고도성장만을 바라봤던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은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둔감하고 또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어렵다"며 "정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 측근 인사를 범접하기 힘들뿐더러 컨트롤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별동부대를 만들어 활용하는 모습이다"고 했다.
전략기술본부는 외형성장과 더불어 사업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CES에서 미국의 자율주행전문업체 오로라(Aurora)와 협업을 발표했고 이달 중순 동남아 모빌리티 서비스 선두업체 그랩(Grab)에 투자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엔 지영조 부사장이 직접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비롯해 현대차의 미래비전을 발표하는 모습을 비춰볼 때 위상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의 약진은 곧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특성상 웬만한 인사가 아니고서야 외부활동을 하며 현대차의 상황과 비전에 대해 밝히기란 쉽지 않다"며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삼성과의 협업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이었던데 반해 현대차의 이번 삼성과의 협력 발표는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헤게모니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IB업계에선 향후 전략기술본부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한국전력공사 부지 등을 인수할 당시 기조실 또는 재경본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 있을 현대차의 굵직한 M&A와 주요한 투자는 전략기술본부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가 있다. 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지도(mapping)·센서·카쉐어링 등과 같은 미래 차 기술에 핵심적인 인력과 투자처 발굴이 절실한 만큼 전략기술본부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란 평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승계구도가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 부회장의 핵심부서에 대해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특성상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고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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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