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인선 이후 금융 계열사 관할 TF 신설 가능성
TF장에는 미전실 출신 핵심 인사들 배치
"컨트롤타워 역할 절실" vs "제2의 미전실"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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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 1년이 다 돼간다. 그룹의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비(非)전자 계열사들은 각자도생 분위기다. 오너 부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주력 계열사들은 각 사업부를 관장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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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계열사간 최소한의 사업적 조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현상유지에 국한되고, 사업부 내 또 하나의 ‘옥상옥(屋上屋)’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해체 선언 이후 그룹 사장단 회의는 폐지됐고 대관업무 조직도 사라졌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 등 미전실 주요임원들은 회사를 떠났다. 각 계열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경영하기로 했지만 혼란은 불가피했다. 그동안 삼성과 접촉했던 시장 관계자들은 카운터파트너를 잃었다.
오는 2월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최종 선고를 앞두고 이 부회장의 장기 부재 가능성은 속속 거론됐다. 이에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사업지원 TF'를 신설해 전자 계열사간 공통이슈 협의 등의 역할을 맡겼다.
사업지원 TF의 수장에는 미전실 해체와 함께 사임했던 정현호 사장이 선임됐다. 정현호 사장은 미국 하버드 MBA 유학 때부터 연을 맺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 중 하나다. 삼성전자 비서실부터 전략기획실, 미전실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0년대 초반엔 경영지원팀 임원(상무보)으로 경영기획팀 임원이 된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2011년 이후엔 미전실에서도 핵심인 경영진단팀(부사장)과 인사지원팀(사장)을 거치며 그룹 전반의 사업을 조율했다.
인수합병(M&A) 업무에서는 안중현 사업지원TF 부사장이 핵심으로 꼽힌다. 한화그룹, 롯데그룹과의 빅딜도 이끈 안 부사장은 미전실 해체 후 기획담당 임원으로 있다가 TF가 생기면서 합류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안중현 부사장 등 M&A 전담 인력은 잘 유지할 것을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선 비전자 계열사들의 대한 조치도 단행됐다. 삼성물산은 이달 초 사장단 인사 이후 곧바로 'EPC(설계·구매·시공) 경쟁력 강화 TF'를 신설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등 제조업 기반의 계열사를 관할하며 3개사의 전략과 인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TF장에는 지난해 말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사퇴한 김명수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임명됐다. 김명수 부사장은 지난 2010년부터 약 3년간 미전실에서 전략 2팀장을 맡으며 제조업 계열사의 전략업무를 총괄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삼성카드를 비롯한 금융계열사는 사장단 인선이 진행 중이다.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주요 금융 계열사를 관할하는 TF형식의 조직이 신설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전설 해체 이후 각 계열사를 관할하는 TF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구심점이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 자율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룹 내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결정할 의사기구가 없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의 유력 인사들이 TF에 있으면서 중심을 잡는다면 오히려 윤활유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TF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미전실은 그룹의 전략기획·감사·법무·인사·금융·홍보 등 전반적인 업무를 관할하며 비선(秘線) 조직의 과도한 경영활동이 문제시 된 바 있다. TF는 계열사 안에 마련돼 관련 사업을 관장하는 만큼 법적 문제는 없다. 하지만 임시조직 성격인 TF를 넘어 상설 조직으로 남아 기존 미전실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업별로 TF가 우후죽순 생기는 것 역시 가장 먼저 생긴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자칫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제2의 미전실’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총수의 구속과 미전실 해체를 공식 선언한 상황에서 TF의 지나친 경영개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경영진과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면 TF가 또다른 옥상옥이 돼 기존 미전실의 폐해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TF의 한계도 지적된다. 오너 부재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 같은 전략적 판단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삼성전자의 초대형 M&A로 꼽히는 하만 인수도 이미 1년 전이다. 이를 방증하듯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도 M&A 재개의 필요성을 밝히면서도 총수 부재 상황에서 대형 거래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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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