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3조 필요할 듯...추가 방안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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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이 해외신종자본증권 발행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 조 단위의 규모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발행 이후에도 새 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지난 12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국제신용등급을 부여 받았다. 해외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회사측은 아직까지 발행여부에 대해선 정해져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조만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 규모는 1조원 안팎이 언급된다. 그럼에도 한화생명을 바라보는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빅3 중에 자본확충이 가장 시급한 곳으로 한화생명을 꼽고 있다. 조 단위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더라도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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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리 자문을 맡고 있는 회계법인과 컨설팅 회사에선 못해도 2조~3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이란 진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에서 추후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결손금 규모가 9조5000억원으로 자기자본(10조4000억원) 수준이다. 그나마도 시중금리 보다 높은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한 숫자이다 보니, 결손금 규모는 부채 시가평가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의 자본확충은 1조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며 “해외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더라도 추가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화생명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국내에서 4.5% 금리로 발행한 바 있다. 해외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도 이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1조원 규모의 해외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단행할 경우, 기존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한 연간 금융비용만 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차입을 통한 자본확충은 결국 미래수익을 갉아 먹는 일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화생명의 영업실적은 2016년 이후 썩 좋지 않았다.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및 전분기 대비 각각 13.4%, 41.3% 감소했다. 보험손익 감소가 실적으로 연결된 탓이다. 수입보험료도 3조1385억원으로 전년동기 및 전분기 대비 각각 4.4%, 6% 감소했다. 저축성 일시납 보험 판매 축소가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보장성보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주가도 7300원 수준을 맴돌고 있다. 주가가 오를 만하면 여지 없이 나오는 예금보험공사의 대량매매에 주가는 6000원과 7000원선을 수년째 오가고 있다. 여기에다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이뤄질 경우 자기자본 이익률(ROE)만 깎아먹게 된다.
다만 금리가 오르면서 자본확충 부담이 줄어들고 있고,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우수한 신용도를 인정받은 점은 긍정적이다. 무디스는 한화생명이 국내 2위 규모의 생명보험사로서 우수한 브랜드와 영업력, 시장지위, 양호한 생산성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한화생명이 무디스로 부터 부여 받은 국제신용등급은 지난해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교보생명과 같은 ‘A1’ 등급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좋아지고 있는데다,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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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