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에 지친 중소형사
값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자문 업계는 M&A 특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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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 기회를 염두에 두고 중소형사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 평가를 어느 정도 마친 상황에서 불확실성과 자본확충 부담에 지친 중소형사 매물을 싸게 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자문업계도 보험사 M&A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은 2021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적용을 받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새로운 책임준비금적정성(LAT) 제도를 도입했고, 보험사들도 IFRS17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도가 정착하기 전에는 보험사들은 앞으로 얼마 만큼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지, 보험부채 및 회사 가치를 얼마로 평가할지 정확히 예상하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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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찍부터 제도 변화에 대응해 온 자금력과 정보력 있는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그에 대한 오차 범위를 상당부분 줄여뒀다. 이제는 이를 넘어 다른 소형 생명보험사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보의 우위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들 중에서도 IFRS17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정보를 많이 가지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나뉜다"며 "어느 정도 대비가 돼 있고 정보력에 앞선 몇몇 대형사들은 중소형 보험사 인수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고 시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 생명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영향 평가를 하기 어렵고, 컨설팅을 받아보는 것도 부담스럽다. 다른 회사들과 손잡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이고 있으나 기민한 대응은 어렵다. 정보가 모이는 금융당국과 관계도 대형사보다는 소원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스스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실 파악은 물론 앞으로 자본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도 깜깜하다.
불안한 중소 보험사 오너가 실제로 필요한 수준 이상의 자본확충 부담을 느낀다면 회사를 계속 보유할 매력이 사라진다. 금융당국은 회계제도 손질이나 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보다는 주주들의 책임을 강조한다는 점도 오너가 압박을 느낄만한 요소다.
자본력과 영업기반이 열위한 중소 보험사는 대형 회사들에 있어 썩 매력적인 매물로 보긴 어렵다. 그러나 시장 지배력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정보력의 우위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에 임하게 되면 '저가 매수'의 기회를 갖게 된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시장 성장성이 한정된 상황에서 시장 장악력 강화를 위해 M&A는 검토할만한 선택지"라며 "인수할 중소형 보험사의 자본 리스크는 최대한 가격을 낮춰 사는 것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에 밝은 자문사들도 중소 생보사발(發) 먹거리를 기대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오너에겐 매각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보험사를 원하는 곳에 가서는 좋은 매물이라는 점을 강조해 거래를 이끌어 내는 방식 등이다. 회계법인 등 자문사들도 보험사 M&A 등 자문에 대비한 조직을 꾸리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비단 M&A가 아니더라도 시스템 구축 컨설팅, 구조조정 및 사업 재편, 자본확충 방안 마련 등을 통한 부가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업의 전문성과 분석의 어려움 때문에 보험 전문가들에 대한 몸값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중소 생명보험사엔 신종자본증권 발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다니는 자문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3년간 정보의 불균형에 의한 M&A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면 2021년부터는 확실한 기업가치 평가에 기반한 M&A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관계자는 “아직도 국내 시장 규모 대비 너무 많은 보험사들이 남아 있다”며 “새 회계제도 도입 후 기존에 감춰져 있던 부실이 공개되면 보험사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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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