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됐던 '간접 지분'은 일단 빠져...확장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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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올해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일부 대기업 계열사의 지배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준비할 시간을 준 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했던 '김상조 공정위'의 성격을 감안할 때 지분 추가 정리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지난 26일 발표한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엄정 대응'을 대기업 부문 정책 핵심추진과제로 삼았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집단별 브랜드 수수료 수취 실태를 조사·발표하고, 오는 3월까지 내부거래 실태 조사를 거쳐 상반기 중 제도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 요건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모두 '20%'로 조정하는 안을 비중있게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방안대로 규제가 강화되면, 당장 상장사 중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이 새 규제의 사정권으로 들어온다. 현대글로비스는 2016년말 기준 국내 매출액의 49%, 해외 매출액의 80%를 계열사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노션 역시 전체 매출액의 58%가 계열사로부터 나온다.
이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도입 및 상장을 전후해 총수일가의 지분율 합계를 29.9% 안쪽으로 낮췄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상장사 기준 30%를 넘고, 회사의 계열사(특수관계법인) 관련 거래 비율이 30% 이상이면 총수일가에게 증여세가 부과되는 까닭이다.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경우 계열사 관련 거래 비율이 30%를 훌쩍 넘지만, 총수일가의 지분율 합계가 30%보다 낮아 그간 적용대상이 아니었다. 현대차그룹은 규제 도입에 맞춰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해당 기업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낮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 29%를 보유한 SK실트론도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실트론이 상장하더라도 현재 지분율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어려워지는 까닭이다. 지난해 SK그룹에 편입된 SK실트론은 현재 SK계열 거래 비중이 20% 수준이지만, SK하이닉스와 수직계열화를 이룬 만큼 앞으로 계열사향(向) 거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왔다.
현재 규제로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실트론의 상장을 추진하며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비중을 늘리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규제가 강화하면 최 회장이 지분을 처분하지 않고는 세금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밖에 KCC계열 KCC건설과 코리아오토글라스, 현대산업개발 계열 아이콘트롤스 등 총수일가 지분율을 29%로 맞춘 몇몇 기업이 규제망에 새로 걸리게 된다. 현대백화점 계열 현대그린푸드도 현재 17%대인 국내 매출 중 계열사 매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워진다.
이들 기업으로선 일단 지분율을 낮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일단 대상이 되면 세금을 매길 땐 '간접 지분'까지 포함돼 부담이 한층 무거워지는 까닭이다. 예컨데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이 일단 과세 대상이 되면, 직접 보유한 지분 29%에 간접 보유 지분 16.3% (㈜SK의 실트론 지분 70% × 최 회장 ㈜SK 지분 23.4%)까지 더해 세금을 부과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규제 대상에 간접 지분을 포함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발언했지만, 이번 업무보고에선 해당 내용이 빠졌다. 공정위는 "규제 대상과 관련해 기준이 되는 지분율 산정 시 간접 지분을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거리를 뒀다.
간접 지분까지 대상에 포함할 경우 과세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된다는 부담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컨데 LG그룹 계열 구매대행(MRO) 계열사 LG서브원의 경우, 계열사 거래 비중이 80%에 달함에도 ㈜LG의 100% 자회사라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만약 간접 지분까지 대상에 포함하면, 구본무 회장 일가가 ㈜LG를 통해 서브원 지분 46%을 보유한 것으로 '간주'되며 규제 대상이 된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어쨌든 총수일가 지분율을 20% 아래로 낮추라'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한다. 김상조 위원장은 언론 등 여러 통로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자율 규제하라'는 메시지를 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으면 강력한 규제가 뒤따를 전망이다. 최근 하이트진로가 일감몰아주기 및 부당지원으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2세 경영인 박태영 부사장이 검찰에 고발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이트진로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지난해 7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및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편입된지 5개월만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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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29일 14: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