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환율 변화로 환 헤지 프리미엄 150bp 기대
보험은 SOC, 은행·연기금은 PDF...부동산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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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관투자자들과 금융회사의 대체투자 지역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쟁 포화와 금리·환율 변화로 인해 미국 대체투자의 수익성이 낮아진 까닭이다. 반면 유럽은 2016년을 전후로 불거진 브렉시트(BREXIT;영국 EU 탈퇴)·은행 부실화 등 불안정성이 희석되고, 올해 고성장이 기대되는 등 투자 여건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최근 유럽 미드캡(중견기업) 사모부채펀드(PDF)에 2800만유로(약 37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유럽의 철도·학교·핵심상권 오피스에 자금을 집행하는 1800억원 규모 인프라 펀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2월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군인공제회도 지난해 영국 가스배관망 운영사업에 42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유럽 대체투자에 나서는 국내 금융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브렉시트와 그리스 사태로 대표되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도이치은행 등 은행 부실화로 인해서다. '유럽 투자 기회는 이미 2010년에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유럽에 대한 시선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차츰 가라앉은데다 지난해 유럽연합(EU) 가입국 경제성장률이 2.2%로 지난 10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경기가 좋아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역시 EU가 잠재 성장률을 대폭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약세가 본격화하며 미국 대체투자가 부담스러워진 면도 한 몫 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미국 대체자산에 환 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를 하면 20bp(0.2%)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70bp의 비용이 든다. 연 수익률 4%짜리 자산에 투자해도 환 헤지 비용으로 인해 3.3%수준의 수익밖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유럽은 국내 금융사가 투자할 때 반대로 최대 150bp(1.5%)의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똑같이 연 4% 수익 자산에 투자하더라도 기대 수익률은 5.5%까지 올라간다.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대체투자 환 헤지 비용 때문에 목표 수익률이 낮아져 일부 투자 건을 포기하기도 했다"며 "대체투자가 화두가 되며 금융회사들끼리 경쟁하느라 투자 조건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업권별로는 눈여겨 보는 자산이 조금씩 다르다. 장기 투자가 필요한 보험사들은 10년에서 20년 이상 보유가 가능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선호한다. 보험사가 SOC에 투자할 땐 위험가중치(RW) 경감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꾸준히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 보험사 자산운용 담당은 "유럽은 미국보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고 현지 론(loan) 조달이 쉽다"며 "유럽 내 지역별로 차별화된 특징이 있어 아직 먹을거리가 남아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은행계 금융회사들과 연기금은 PDF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EU는 은행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는 지침을 잇따라 내놨다. 유동성 및 리스크 관리 기준이 강화되자 유럽 은행들이 잇따라 중견·중소기업 대출을 줄였는데, 이 자리에 PDF가 들어갈 틈이 생겼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프레퀸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상반기 유럽에서 신규 조성된 PDF 규모는 67억달러(약 7조1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103억달러(약 11조원)으로 54% 성장했다.
다른 연기금 투자 책임자는 "예전에는 유럽 은행들이 하던 중견·중소기업 대출을 금융위기 이후 할 수 없게 되니 사모(Private) 쪽으로 넘어온 것"이라며 "덕분에 유럽 우량 중견·중소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PDF 투자의 목표 수익률은 연 10% 안팎에 달한다. 돈을 쓰고 싶은 기업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은행 사이에 비대칭이 발생하며, '위험은 덜하고 수익은 좋은' 시장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유럽 부동산 투자도 꾸준히 국내 금융사들의 관심권에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슈로더는 올해 대체투자 추천 섹터로 금·원자재와 더불어 유럽 부동산을 추천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에 비해 유럽은 국내 금융사들의 정보력과 네트워크가 부족해 아직까지 공격적으로 나서는 곳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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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25일 11:5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