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저변확대…주주 환원책 일환"
비트코인·코스닥 집중된 자금, 삼성전자에 몰리는 계기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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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주식을 50대 1로 액면분할 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약 250만원에 달하는 주식은 약 5만원으로 분할 상장되고 유통주식은 지금보다 50배 늘어나게 되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는 투자자층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시장에 집중되던 풍부한 시중 자금이 삼성전자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발표한 직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전에만 전일 대비 6% 이상 상승했다. 거래량은 최근 1년 새 가장 많았다. 이날 하락세로 장을 시작한 코스피와 코스피200지수는 삼성전자의 발표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고 최근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온 코스닥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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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주가 상승 또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식은 250만원을 훌쩍 넘는 탓에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서긴 쉽지 않았다. 주식 대부분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거래량도 크게 늘지 않아 '무거운 주식'으로 분류돼 왔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주가가 높아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하기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대 효과 등 주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액면분할 이후에도 회사의 사업적인 변화는 없다.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의 성장성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하고, 스마트폰 등 각 사업부의 전망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주주환원 정책의 하나로 배당도 매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31일 이사회에서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의 절반인 5조8000억원을 전액 배당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 연간 배당액이었던 4조원 보다 46%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2016년에 실적발표 당시 밝힌 자사주 매입과 소각작업은 완료했고 이를 위해 9조원이 넘는 자금을 집행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쏟아내며 정부의 코드에 잘 맞추고 있다"며 "시장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액면분할을 결정함으로써 주주환원이라는 명분을 살림과 동시에 주가 부양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에 따라 시장의 풍부한 자금이 삼성전자에 몰리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래세 면제와 코스피와 코스닥의 통합지수인 KRX300지수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투자를 적극적으로 규제하면서 해당 시장에 쏠렸던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코스닥 시장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 기관투자가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강력한 가상화폐 규제대책과 코스닥 장려책으로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코스피 대장주가 몸집이 가벼워지고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을 시행한다며 자금이 몰려갈 수밖에 없다"며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포트폴리오가 채워져 있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를 쉽게 늘리긴 어렵겠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는 확실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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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31일 11:2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