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주가 70만원대서 지지부진
기업가치 '정상'이냐 '중턱'이냐...'청사진 보여줘야'
-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로 글로벌 게임시장을 석권한 블루홀이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일부 주주는 구주를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고, 회사는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연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공개(IPO)의 전초전 격인 거래다.
지난해 3월 배그 출시 후 블루홀은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기업가치도 로켓처럼 상승했다. 지금은 급성장의 후유증이 닥쳐오며 각종 지표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지금의 기업가치가 '정상'일지 '중턱'일지 판단하는 건 이번 거래에 참여할 투자자들의 몫으로 풀이된다.
-
배그는 블루홀의 100% 자회사인 펍지(옛 블루홀지노게임즈)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이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으로 출시돼 지난해 총 265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일일 최대 동시 접속자(DAU)는 1월 기준 최대 320만명에 육박한다. 이는 15년의 역사를 가진 스팀의 모든 종전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2011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의 성공 이후 이렇다할 대표작이 없었던 블루홀은 배그로 일약 글로벌 탑 티어(Top-tier) 게임 개발사로 떠올랐다. 장외 주가 기준 9000억원 수준이었던 기업가치도 최근 5조원 안팎으로 급상승했다.
덕분에 블루홀은 지난해 하반기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번 거래 역시 이런 관심 속에 진행되는 것이다. 선행 투자자 일부의 투자회수(exit)를 돕고, 정식 IPO 이전에 지분을 확보해 두려는 새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불과 9개월새 기업가치가 5배 이상 폭등한만큼, 이번 거래를 통해 새로 진입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블루홀이 앞으로도 성장을 지속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
최근 지표는 일단 DAU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말 순간 최대 320만명에 육박했던 DAU는 다시 290만명선으로 내려왔다. 배그의 DAU는 지난해 말 300만명 돌파 직전에도 한동안 290만명 안팎에 머물렀었다.
배그는 기본적으로 '패키지' 게임이다. 29.99달러(한화 3만2000원)를 내고 구입하면, 지속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 DAU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건 판매량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지만, 반대의 경우 패키지 판매 증가 속도도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배그는 국가·지역별 배급(퍼블리싱)을 통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배급사가 수익을 내면 블루홀도 로열티 형식으로 수익을 공유한다. 현재 국내는 카카오가 배급을 담당하고 있고, 중국은 텐센트가 배급사로 선정돼 현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미 글로벌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2600만장 이상 판매한 게임을 어떻게 더 마케팅할지는 숙제다. 카카오를 통한 국내 배그 서비스의 DAU는 10만명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배그가 인기를 끌면서 불법프로그램으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불법 사용자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첫 2주 동안에만 무려 60만명의 불법 사용자를 제재했지만, 여전히 사용자들은 매 경기마다 불법 사용자가 보인다며 불만을 호소 중이다.
글로벌 게임 개발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오버워치는 불법프로그램을 제대로 제재하지 못하며 사용자 수가 급감했다. 한때 30%를 넘나들던 오버워치의 국내 PC방 게임 점유율은 현재 9%대에 머물고 있다.
-
프로리그가 제대로 정착할지도 변수로 꼽힌다. 배그 이전 '왕좌'를 유지했던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LOL)는 프로리그가 정착하며 이스포츠(e-sports)화돼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
배그는 특정 사용자의 시점을 따라가는 '슈팅'(총쏘기)게임이라 이스포츠화에 한계가 있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오버워치 역시 같은 이유로 프로리그 정착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스타크래프트·LOL 등 전략형 게임은 쿼터뷰(Quarter view:대각선 위에서 내려보는 시점)를 채택해 중계방송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런 우려들이 겹치며 지난 10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블루홀의 장외 주가는 3개월 가까이 70만원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보여준 폭발적인 사용자 성장세를 다시 보여주거나, 글로벌 배급 등 제대로 된 추가 수익모델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기업가치 상승은 여기서 끝'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지난해 증시에 상장한 펄어비스는 수익이 나고 있는 게임이 '검은사막' 하나에 불과했지만, 동남아 등 글로벌 진출 전략이 투자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했다"며 "블루홀도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다보단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01일 14:5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