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유상증자 앞둔 삼성중공업에 대한 '우려'
'삼성' 겨냥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응에 '촉각'
5일 이재용 부회장 선고 공판에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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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서며 자본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운신의 폭이 크게 줄면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함께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미래전략실은 해체됐고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임원진들은 모두 물러났다. 자율경영체제에 돌입한 계열사들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외부투자자와의 접촉을 자제하며 보수적 경영활동을 이어갔다.
약 1년이 지난 지금, 삼성그룹이 다시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최대이익을 냈다. 각 계열사는 친(親)주주정책을 쏟아내며 주주와 투자자들의 환심을 끌어내고 있다. 삼성을 향한 정부의 규제수위가 높아지는데 대규모 액면분할과 유상증자, 규제에 맞춘 지분 정리가 숙제로 남아있다. 곧 결정될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는 변화할 삼성의 가장 큰 변수다.
◇ 250만원 주식이 5만원으로…삼성전자에 몰리는 유동성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이사회는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약 250만원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액면분할이 확정되면 주가는 현재의 50분의 1수준이 되고 유통주식 수는 50배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투자자 저변 확대를 기대함과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액면분할 결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과 더불어 투자자 수급 관리 차원의 결정이었단 평가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코리아ESG지수에서 제외됐다. MSCI의 세부 평가항목 중 '사회적 논쟁' 부문에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액면분할 결정이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선 환영할 만하지만 전략적인 판단도 분명히 있다"며 "MSCI지수에서 삼성전자가 제외되고 중국A주가 올해 6월 편입되면서 장기적으론 삼성전자 주식의 외국인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으로 대응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발표한 지난해 배당 규모는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의 절반인 5조800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2016년(4조원)보다 46%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 안건과 배당 규모를 확정한다. 삼성전자 주식은 4월 25일부터 신주변경상장 예정일인 5월15일까지 거래할 수 없다. 코스피 상장 전체 기업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달하는 탓에 거래가 정지되면 코스피200지주·지수연계 상장지수증권(ETF) 등의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95년 이후 10만원권 이상 고가주의 액면분할은 총 31건이었다. 이 중 50대 1의 분할을 추진한 것은 1997년(미래산업) 이후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사상 최대의 액면분할인 만큼 한국거래소는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이다.
◇ '기대'보단 '우려'가 큰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삼성그룹의 계열사 중 사업적·재무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경영환경은 악화하고 은행권 차입도 여의치 않자 1년 만에 다시 추진하는 특단의 조치다.
삼성중공업은 외부수주가 기본인 조선업의 특성상 삼성그룹 내부물량(캡티브)이 없기 때문에 독자생존이 불가피하다. 미래전략실과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최대주주(삼성전자)와 그룹 계열사의 직접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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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과 같이 이번에도 주관사 측에서 삼성그룹에 부회장의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며 "이 부회장이 참여한다면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2016년 삼성중공업의 수주 규모는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중 가장 적었다. 수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재추진하거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박대영 전 대표이사는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 타이틀이 무색하게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유상증자의 흥행여부와 상관없이 주관사와 계약한 자금은 회사에 유입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전 주관사단(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에 7500억원의 긴급자금을 차입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에 처해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조선산업과 원가부담이 갈수록 늘면서 사업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상환해야 하는 시장성 자금은 회사채 5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6000억원이다. 유상증자 청약은 4월12일부터 시작한다.
◇ 금융당국, '금융그룹 통합감독' 발표…삼성그룹이 '핵심'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 그룹 5곳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자산 5조원 이상을 보유한 대기업그룹 가운데 2개 이상의 금융회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을 복합금융그룹으로 지정하고 ▲지배구조 ▲자본적정성 ▲내부거래 비중 등을 금융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삼성·현대차·한화·DB·롯데 등 5개 대기업그룹과 미래에셋과 교보생명 등 2곳의 금융그룹이 이에 해당한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부담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 계열사 전체가 감독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전 계열사를 바탕으로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추가자본을 확충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계열사와 비 금융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관한 내용과 위험관리 상황을 모두 보고하고 공시해야 하는 탓에 과거보다 경영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삼성은 해당 그룹 가운데 지분구조가 가장 복잡하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보유한 2대주주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7.5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기존에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에 출자하고 이 자금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에 출자하는 것이 모두 적격자본으로 인정됐다면 향후엔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의 자본 적정성 지표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결국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당국의 조치는 사실상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지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삼성그룹을 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향후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선고 공판 앞두고 친(親)주주 정책 쏟아낸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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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삼성그룹은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선고결과가 나오든 재계와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초 오너의 구속과 동시에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주요 계열사 원로(元老) 경영진은 퇴진했고 임원은 대부분 50대의 젊은 인사로 채워졌다. 그룹 전체를 관할하는 컨트롤타워 대신 각 계열사별 TF가 설립돼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룹 내부적인 변화와 더불어 삼성그룹은 주주 친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례 없는 액면분할 결정과 전년 대비 50%가량 늘어난 배당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기업 출신의 외국인 사외이사를 도입하는 등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노력에 주주들과 잠재적 국내외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고 경영진들은 오너 부재에 따른 부담감을 호소하면서 그룹은 '시스템'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부각하며 삼성그룹이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친주주 정책에 가장 잘 부합하고 있다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일련의 활동들이 투명한 경영과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이 같은 활동이 오너 부재의 부담을 나타냄과 동시에 정부에 '국민 기업의 오너를 계속 붙잡아 둘 것이냐'는 신호를 계속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계와 국내외 투자자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따라 달라질 삼성그룹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삼성그룹의 대규모 M&A는 자취를 감췄다. 다른 그룹들은 오너가 앞장서 신사업 추진에 힘을 싣고 있지만, 삼성그룹은 최고경영진이 '신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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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02일 10: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