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거래·ETF 등 수월해져...셀트리온 등 '찬밥' 가능성도
주가 전망 밝지만 결국 '실적'에 수렴...1분기 실적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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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은 단순히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해 거래 유동성을 높이는 선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고가의 주식'임을 바탕에 깔고 진행된 코스피 시장의 투자 전략과 매매 패턴까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마치면 발행주식총수가 1억2800만여주에서 64억여주로 늘어나며 주당 가격도 250만원에서 5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200만원 미만을 주식 자산에 투자하는 개미투자자도 삼성전자의 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어떤 변화가 있을까. 당연하게도 개인주주가 늘어나며 전반적인 수급이 좋아질 전망이다. 2017년 누적 기준 코스피 기업 개인 주주 평균 비중은 47%지만, 삼성전자 개인 주주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매매 패턴의 전환도 예상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시장이 좋으면 삼성전자를 팔아 다른 종목이나 섹터를 사는 매매가 일반적이었다"며 "접근성이 개선되면 더 좋고 더 싸지만 수급이 좋지 않았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했던 딜레마가 감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가 좋을 때 상대적으로 '무거웠던' 삼성전자 대신 성장주를 찾아갔던 매매전략이 '증시가 좋으니 삼성전자를 더 사는' 전략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코스피 상위 종목을 찬밥 신세로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달 중 이전상장을 마치고 3월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미국발(發) 시장금리 급등 영향으로 2분기 중 증시가 단기 조정을 받게 되면, 셀트리온같은 고PBR(주가순자산비율) 성장주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저PER(주가순이익비율)·저PBR 상태에 접근성까지 좋아지는 삼성전자는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물을 통한 차익거래 시장이나 상장지수증권(ETF)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코스피200지수와 코스피200선물 사이의 갭(차이)을 활용한 차익거래의 경우, 삼성전자의 가격의 너무 높아 일부분만의 반영이 불가능했다. 이는 차익거래용 복제 포트폴리오의 오차를 유발했다.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은 복제 포트폴리오 구성을 좀 더 쉽게 만들어줄거란 분석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바스켓(basket;다수 종목 집단 투자 전략)을 구성할 때에도 미세한 적용이 가능해진다"며 "ETF는 물론 롱·숏도 훨씬 손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가는 어떻게 될까. 액면분할로 투자자 저변이 넓어지고, 수급이 좋아지면 주가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액면분할 발표 당일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한때 5%나 치솟기도 했다.
다만 그간의 액면분할 사례로 돌아보면, 액면분할 기업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오르다 중장기적으로 실적 및 내재가치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KB증권에 따르면 액면분할 기업의 공시 이후 평균 주가 상승률은 30일 이후 10.14%, 60일 이후 15.82%에 달했다. 다만 120일이 되면 평균 상승률이 8.2%로 뚝 떨어졌다.
2000년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 2위였던 SK텔레콤의 사례도 그랬다. 주당 35만원 안팎이던 주가는 2월 액면분할 발표 이후 47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후 주가 상승과 차익 실현에 따른 하락이 반복되다 4개월 후인 6월에는 액면분할 이전 수준으로 주가가 돌아왔다. 실적의 뒷받침 없이 수급만으로는 주가 상승세가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결국 남은 건 삼성전자가 어떤 실적을 보여주느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도 삼성전자 주가는 원화 강세와 모바일 수요 위축 우려로 게걸음을 했다. 액면분할 후 신주가 재상장되며 거래가 재개될 5월16일은 올해 1분기 영업 실적이 발표된 직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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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02일 14:4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