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기대감은 높지 않아
시스템화 한데다 이연지급으로 두둑한 성과급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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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사상최대 실적이라는데 금융위기 이전과 같은 성과급은 기대하기 힘들어요”
증권사들이 사상최대 실적을 발표고 있지만 여의도의 분위기는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가라앉은 분위기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전만큼 두둑한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도 없어졌고, 이마저도 한번에 받기 힘들게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 순이익 504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06년 미래에셋증권이 올린 연간 순이익(4461억원) 이후 10년 만에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7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활용한 덕택이다. IB부문 수익 증가와 트레이딩 실적 개선 등 사업 전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다른 대형사의 상황도 미래에셋대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도 모두 사상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브로커리지 영업 중심 중소형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를 비롯해 증권업 전 부문의 실적이 좋았다”라며 “증권업 전체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관심은 증권사 직원들의 지난해 성과급으로 쏠리고 있다. 증권업은 인센티브에 기반한 연봉체계를 갖춘 만큼 성과에 따른 보상이 확실하다. 당장 다음주면 미래에셋대우를 시작으로 직원들에 성과급이 지급된다. NH투자증권 등은 이달부터 부서별, 개인별 성과를 측정해 다음달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다.
한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성과 평가가 마무리되고 부서별 인센티브가 정해진 것으로 안다”라며 “다음주면 개별적으로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는 하나 현장 직원들 사이에선 전년에 비해 대규모의 성과급이 들어올 것이란 ‘희망(?)’이 크지 않다. 바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과급도 수년에 걸쳐 이연 지급된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이전에 비해 성과급 체계 시스템이 정교화됐다”라며 “연말 정도가 되면 달성한 목표치를 근거로 받게 될 성과급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 큰 기대는 안 한다”라고 말했다.
연봉 체계 변화에 따른 인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증권업 불황 속에 업계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정규직 중심의 고용체계에서 전문계약직 형태로 시스템을 바꿨다. 현재는 상당수의 직원들이 전문계약직의 형태로 연봉 계약을 한다. 그러다 보니 성과급의 개념이 더 이상 ‘보너스’가 아닌 게 돼 버렸다. 성과급 수준에 따라 한해 받는 연봉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형사의 경우 이전처럼 대규모의 성과급을 주는 시스템이 상당부분 없어졌다. 자기자본을 활용한 비즈니스로 수익모델이 변하면서 개인의 역량이 회사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진 탓이다. ‘사람’ 보다 ‘시스템’ 중심의 영업 환경에서 뛰어난 몇 명이 성과급을 독식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다른 대형사 IB 임원은 “대형사의 경우 자기자본 증가와 더불어 인력도 크게 는 탓에 이전과 같이 몇 명에게 대규모 성과급을 주기 힘든 구조다”라며 “여기에다 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수익을 올린 만큼 성과급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단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증권사가 모여있는 여의도 분위기도 들썩거리지 않고 있다. 이제는 증권사 실적과 무관하게 여의도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실적이 좋아진다고 해서 금융위기 이전과 같은 분위기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며 “초대형 IB 시대에 접어들면서 개인 역량 보다는 회사의 자본력과 시스템이 수익원천의 근간으로 바뀌는 것도 여의도 문화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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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0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