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꾼 이후 줄줄이 '오버부킹'
채권 투자자들 반도체 전망 여전히 '낙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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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내 반도체 소재사 SK실트론과 SK머티리얼즈가 줄줄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SK그룹 편입 이후 양 사가 핵심 육성 회사로 부상한 데다 후방에선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이 건재하다. SK그룹도 자금조달 확대는 물론 연초 인수합병(M&A) 인력 충원까지 재개하며 소재분야 확장 의지를 멈추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지주회사 SK㈜의 주요 자회사인 SK실트론과 SK머티리얼즈 양 사는 이달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SK실트론(A-)은 지난 13일 수요예측을 마쳤고, SK머티리얼즈(A+)는 오는 23일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조달한 자금은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 차환 및 신규 투자자금으로 쓸 전망이다. 특히 SK머티리얼즈는 연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가 없어 대부분 설비 증설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선 주력 사업인 삼불화질소(NF3) 증설을 위한 자금 조달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경쟁사인 효성이 고객사 확장에 주춤한 사이 물량을 확대해 NF3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복안이다. 조대식 수펙스 의장과 SK머티리얼즈 인수전을 주도했던 장용호 SK㈜ PM(Portfolio Management) 2부문장이 지난해 12월 SK머티리얼즈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인수후통합(PMI)도 마무리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 몇 년 새 SK그룹으로 간판을 바꾼 점도 공통점이다. 그룹 편입 이후 매년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오버부킹을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SK머티리얼즈는 SK그룹에 편입된 지난 2016년, 4년만에 공모채 발행을 나서 성공적으로 조달을 끝냈다. SK실트론도 지난해 2월 발행한 후 두 번째 발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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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신용평가사도 SK실트론의 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하며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일 SK실트론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부여했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A-’로 부여했는데, 같은날 NICE신용평가는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한 크래딧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SK텔레콤이 전통적인 SK그룹 내 캐시카우였다면 최근엔 이미 하이닉스로 축이 옮겨갔다“며 ”오히려 SK머티리얼즈·SK실트론 등 후방 자회사들에 미치는 ‘낙수효과’ 측면에선 하이닉스가 훨씬 더 그룹에 기여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달 시장 환경도 나쁘지 않다. 다른 크래딧업계 관계자는 “국채금리가 점차 오르다 보니 이자수익(캐리)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는 상황”이라며 “AA급 회사채보다 오히려 스프레드가 높은 A등급을 물량을 두고 발행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 사이클을 두고 주식 시장에선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소재 회사들의 업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보수적인 크레딧 시장 내에선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하다. 3~5년 내 등급 하향까지 예고할 굵직한 리스크가 없는 데다 투자자들의 '학습효과'도 거론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물론 LG실트론 시절 하루가 다르게 등급이 떨어지던 트라우마를 겪은 투자자들도 일부 있다"라며 "SK그룹 편입 이후론 당시 물려서 지독하게 고생했던 몇몇 금융기관 빼곤 다들 뛰어들지 않을까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다른 기관투자자는 "하이닉스가 신용도 A- 시절서부터 산전수전 겪었던 투자자들도 대다수“라며 ”최근 업황은 딱히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SK그룹은 각 사의 증설 투자 등 기존 사업 확장 외에도 추가적인 M&A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엔 지주사 SK㈜에서 M&A업무를 전담하는 PM실을 중심으로 증권가 주니어 애널리스트 등 반도체 소재 관련 인력을 공격적으로 흡수하는 움직임도 물밑에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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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14일 10:4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