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지주사 투자 비중 늘려
현대車 등 지주사 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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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석방으로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재계 전반에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주회사의 가치도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다. 오너가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회사를 통한 부의 증식이 힘들어지면서 지주회사 가치 증대가 곧 오너의 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주요 지주회사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을 비롯해 ㈜GS, 롯데지주를 대규모 순매수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SK㈜, ㈜LG 등 지주회사 비중을 늘렸다.
지주회사 가치가 올라가는 이유는 높아진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달라진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과 석방이 재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설명한다.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이 미치는 영향이 재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상황에서 총수가 1년여간 구속되고 석방되는 과정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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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강화하고 있다. 당장 삼성그룹만 하더라도 이 부회장 구속과 맞물려 기존의 제왕적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이어 서구식 이사회 제도를 받아들여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 체제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삼성뿐 아니라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한 자산운용사 CIO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인해 총수 일가의 배임과 횡령에 더 이상 성역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어떤 기업이라도 오너의 사익을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명한 선례를 남겼다”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의 움직임도 활발해 졌다. 지난해부터 각 기관투자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행동강령)를 비롯해 주주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오너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주주의 이익과 반하는 계열사간 합병과 지분거래는 문제가 될 여지가 커졌다.
지난해 KB금융지주의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완전자회사 과정에서도 이런 변화의 기류가 읽혔다. KB금융은 이들 두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옵션을 주주에게 제공했다. 손보와 캐피탈 주주들에게 KB금융의 주식으로 교환해주는 조건 외에 이를 원하지 않는 주주에게는 시가에 프리미엄을 얹어 공개매수 하도록 했다. KB금융 주식을 원치 않는 소액주주를 배려한 결정이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간 합병 시 주식교환 및 공개매수라는 두 가지 조건을 제공한 최초의 사례로, 높아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곧 지주회사 가치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강화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지주사의 기업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오너일가의 주된 수익원이 지주회사에서 나오는 배당으로 고착화하면서 대주주의 ‘부의 축적’을 위해서도 지주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중요해 졌다.
그런 면에서 최근 지주사들의 행보도 관심을 받고 있다. SK㈜가 글로벌 투자에 1조~2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점이나, LS그룹이 사업을 재편하며 지주회사 체제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에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사의 주된 수익원인 ‘브랜드 수수료’를 시장에서 평가받게 하면서도 행정력 동원까지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간 공정위는 지주사들이 지나치게 높은 브랜드 수수료를 받는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한 펀드매니저는 “사회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지면서 오너들의 부가 지주회사의 가치와 연동하고 있다”라며 “중장기적인 가치투자 관점에서 지주회사 투자를 검토해 볼 만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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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