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銀, 지난해부터 직간접 여신 축소中
산은 지원여부 무관…금융권 지원 의지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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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팔려야 정상화가 되죠. 이미 GM 본사에서 중국을 수출기지로 삼고 한국 비중을 크게 줄였는데 이 상황이 뒤집힐 리 없잖아요. 정부에서 팔을 비틀어서 지원하라고 하지 않는 이상 한국 본사나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권 지원은 앞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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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공장 폐쇄를 단행한 한국 제너럴모터스(GM)의 지원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은 냉담하다. 정부의 직간접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사업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GM과 협력업체에 대한 향후 국내 금융권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GM이 미국 본사로부터 빌린 자금은 약 3조원이다. 이중 총 1조7000억원이 오는 4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데 GM은 본사의 채무 27억달러(약 3조원)가량을 출자전환 할 의향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현재 2대주주(17%)인 산업은행에 최대 약 1조원의 자금지원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선 지원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여당에선 군산공장 재가동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야당에선 시장경제 원칙에 따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한국GM의 위기론과 철수설이 돌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한국GM과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여신 점검에 돌입했다. GM의 실적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재무상태 또한 자본잠식에 이르면서 국내 은행들은 직간접 여신을 꾸준히 축소해 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업체 몫이 됐다.
국내 은행 여신담당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대부분의 국내 금융기관들은 여신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금융권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치권과 산업은행의 지원 여부 결정에 무관하게 한국GM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지원은 앞으로도 늘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다. GM의 글로벌 전략에서 한국시장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수출상품 주력 생산국가가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 상황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줄어들어 재무상태가 다소 나아진다 해도 사업전망과 수익성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내 사모펀드(PEF)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전략이 현재 GM과 유사하다. 상표권과 디자인사용료 등을 모두 받아가고 국내에선 부품만 조립해 수출하는데 현지 생산국가에는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며 "글로벌 본사와 생산법인이 한 몸이나 마찬가지인데 자기 돈을 출자전환하면서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고, 정부는 향후 수익성을 따져서 지원한다고 하면 이게 시장 논리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의 자동차 연구원 또한 "가동률이 20%대로 줄어든 GM의 군산공장 폐쇄 가능성은 예견됐고 설사 GM이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한다고 해도 고용시장 외에 자동차 산업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GM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과 영향력, 기여도를 고려했을 때 향후 사업적으로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지원을 한다면 산소호흡기를 대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미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를 겪으며 홍역을 치른 금융사들은 이번 사태에 더욱 냉정하다.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2004년 쌍용차를 인수 후 6년만인 2009년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국내 금융사들은 직간접적인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는 망가져 가는데 기술과 인력을 모두 빼간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바라보는 한국시장(공장)의 중요도는 크지 않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글로벌 합작사들에 대한 금융권의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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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21일 17:4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