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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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코스닥 열풍을 타고 '텐배거'(Ten-bagger)와 '스몰캡'이라는 키워드가 증권가에 회자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수익률 눈높이가 높아진데다, 최근 조정 장세에서 낮은 주가수익비율(저PER)의 소형주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까닭이다.
텐배거는 '주가가 10배 오를 주식'이라는 뜻이다. 최근 증권가와 운용업계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 랠리때 실제로 단기간에 텐배거를 달성한 종목들이 출현한 덕분이다.
신라젠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1만1000원이었던 신라젠 주가는 불과 5개월만에 최고 15만원까지 올랐다. 셀트리온 계열사 중 가장 소외됐던 셀트리온제약도 지난해 10월 1만7000원에서 지난달 한때 12만원까지 주가가 치솟으며 3개월만에 10배에 근접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텐배거'를 전면에 내세운 국내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펀드는 규모가 250억여원으로 초소형급이지만, 연초 이후 한달간 유입액이 100억여원에 달한다. 이 펀드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50.5%였다. 신한금융투자도 최근 '텐배거'를 키워드로 내세운 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텐배거는 주로 소형주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시점에 회자된다. 덕분에 스몰캡(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모처럼 찾아온 호황에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여의도에서 스몰캡 분야에 특화된 증권사로 꼽히는 중대형 A사는 스몰캡 분야 RA(리서치 어시스턴트) 인력을 기존 4명에서 7명까지 충원했다. 중소형 증권사 B도 공석인 스몰캡 애널리스트 충원을 위해 인력을 수소문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찾는 중형 증권사 C는 스몰캡 인력을 두 명 더 뽑을 예정이다.
불과 몇년 전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지난 2013~2014년 증권사 구조조정으로 리서치센터도 휘청일 때 가장 먼저 규모를 줄인 분야는 스몰캡이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 시장의 위축과 미국 금리상승발(發) 증시 조정이라는 이슈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렸던 개인투자자 자금이 증시로 돌아오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난해 11월초 이후 연말까지 두 달간 3조원가량 줄었던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연초 이후 7조원 이상 늘었다. 이 자금 대부분은 중소형주로 구성된 코스닥 시장으로 향했다. 개인들은 지난 1월 한달간 코스닥 시장에서 1조1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조정장에서도 소형주가 주목받았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대형주와 중형주는 2월 첫 주 주가가 평균 5% 하락했다. 소형주는 낙폭이 2~3%에 그쳤다. 지난 4주간으로 시야를 넓혀도 중대형주는 수익률이 마이너스였지만, 소형 가치주는 3.6%, 성장주는 2.7%의 주가 오름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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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