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수임료만 100억원 이상…마케팅 및 추후 그룹發 수익은 '덤'
롯데측 자문 로펌 변경 여부 '촉각'…태평양은 내부단속 분위기
-
잇따라 나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석방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구속 판결에 로펌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양 측을 대리한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와 법무법인 태평양은 한 달 새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다.
지난 13일 법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의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허가 관련 청탁을 단순 사업적 목적뿐 아니라 호텔롯데의 상장의 성공, 더 나아가 신동주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사적인 용도로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 신 회장 및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장선욱 롯데면세점 부사장 등의 증언이 증거로 폭넓게 사용됐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지난해 경영비리 혐의에서는 김앤장의 조력으로 실형을 면했터라 이번 판결이 재계에 준 충격은 엄청났다. 검찰은 지난해 12월에는 신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횡령과 배임 등을 통해 기업재산을 사유화했다고 간주,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때 변호를 맡았던 김앤장의 백창훈 변호사, 김유진 변호사 등의 인력이 이번 뇌물죄 변호에도 그대로 투입됐지만 당시와 달리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김앤장은 지난 2016년 이후 신동빈 회장의 형사 사건 변호를 총괄해왔다. 로펌업계에선 그간 자문료로만 2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벌었다고 보고 있다. 그룹 총수의 형사사건의 경우 변호 인력의 투입 시간 대비 비용으로 계산되는 데다, 중견급 인력의 시급은 80만원에 육박한다.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수임료 한도(캡)도 총수 사건에선 예외라는 후문이다. 롯데 그룹 지주사 전환 자문을 김앤장이 따내는 등 그간 서먹했던 관계를 회복한 점은 ‘덤’이다.
그러나 이번에 신동빈 회장의 구속을 막지 못하면서 이 모든 수혜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김앤장이 롯데에서 건낸 70억원이 면세점 청탁을 위한 뇌물인지 아닌지 여부에만 집중했었는지, 신 회장의 경영권 문제로 넓게 보아 대비했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김앤장이 신 회장 구속만을 막기 위해 검찰 대응에만 집중하다 법원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반면 2심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석방을 끌어낸 태평양은 최근 로펌업계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인정되지 않는 만큼 삼성과 박근혜 전 대통령간 '부정한 청탁'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1심부터 사건을 이끈 송우철 태평양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하고 있다. 2심에선 재판장인 정형식 부장판사와 송 변호사가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막역한 사이인 점이 고려돼 변호인단에서 빠졌지만, 재판 막바지까지 사건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그룹 법무실 내 ‘큰 어른’으로 대접받는 이종왕 변호사가 송 변호사를 지목해 선임했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고 알려지고 있다.
수임료 측면에서도 "롯데-김앤장만큼은 못 벌었지만 세 자리 수(100억원 이상)는 일찌감치 넘었다"는 게 로펌업계의 전언이다. 역시 시급으로만 80만원에 육박하는 인력들이 30~50여명 투입됐기 때문이다. 일부 변호사들이 기존 수임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이번 사건에 뛰어들어 ‘올인’했기 때문에 기회비용 측면에선 손해였다는 볼맨소리도 나온다는 후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사재로 100억원 중반을 넘는 금액을 청구일(Invoice) 바로 다음날 지체없이 입금한 점도 화제가 됐다. 여기에 더해 세기의 재판인 만큼 주요 외신들에도 BKL(태평양의 영문 이름)을 알린 데다, 향후 M&A를 비롯한 삼성그룹발(發) 자문에서도 최우선에 설 것이란 전망도 덤으로 얻었다는 것.
다만 태평양에선 대법원 상고심 등 향후 절차가 남은 만큼 이 같은 외부 시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1심 구속 판결 직후엔 김성진 태평양 대표변호사가 직접 사내 구성원 전체에 "낙심하지 말자"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 사기를 끌어 올렸지만 2심 이후엔 재판에 관계된 당사자들에게만 비공개로 이메일을 보내 독려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