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측은 '3월 주총 끝난 후에나 보겠다' 며 3년째 묵묵부답
적대적 M&A가능성 낮음에도 불구, 지분율 희석 우려해 IPO도 차일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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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들이 신창재 회장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4월까지 투자금 회수(엑시트)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2년 6개월간 대답을 회피한 신창재 회장 측은 이번에도 이렇다할 결정을 내리거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3월 주주총회 이후에나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운용사를 비롯한 교보생명의 주요 FI들은 설 명절 직전인 이달 초 교보생명에 투자자들의 엑시트 전략을 마련해 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교보생명은 개인 최대주주(33.78%)인 신창재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 10여 곳의 FI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FI들이 길게는 10년 짧게는 5~6년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구체적인 엑시트 전략이 마련돼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FI들은 교보생명에 재차 엑시트 플랜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보생명 경영진 등은 다음달 주총이 끝난 이후인 4~5월께나 방향을 정하겠다며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대우인터내셜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던 어피니티-IMM PE-베어링 및 싱가포르투자청 등의 FI들은 신창재 회장과 2015년9월까지 기업공개(IPO) 진행하는 주주간계약을 맺었다. 이때 IPO가 불발될 경우 신 회장에게 FI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도 체결했다.
약속했던 3년이 지나고도 IPO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때 FI들은 "1년간은 개별적으로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라며 우호적인 입장에서 약정을 다시 체결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도 이렇다할 대안이 마련되지 못했다.
그 사이 교보생명은 FI들의 엑시트 요청을 묵살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 5월에는 당시 진행되던 ING생명 매각전에 돌연 인수의향서를 제출, "덩치 키우기를 통해 FI들의 요구를 무력화 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이렇다할 자금마련 방안도 없이 인수의향서가 제출됐고 본입찰에도 결국 불참했다.
지난해에는 ING생명이 성공적으로 IPO에 성공하자 이를 계기로 교보생명도 IPO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8월 들어 계획하고 있던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 발송을 철회하고, 이를 FI들에게 일괄 통보해 공분을 샀다. 그 사이 2년간 외부 컨설팅을 받아오면서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투자업계는 IPO가 추진될 경우 신 회장이 본인 지분율 희석에 따른 지배력 약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의 경우 정부의 규제 및 허가산업이기 때문에 적대적 M&A의 가능성도 낮아 상장 후 25% 전후의 신 회장 지분이 크게 위협받을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본다"며 "그럼에도 불구, 지분율 희석 자체가 싫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않는 것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IPO가 진행될 경우, 교보생명에 대한 '가치산정'이 마련되면서 풋옵션 가능성이 대두될 가능성을 꺼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FI들이 행사할 수 있는 풋옵션은 옵션 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행사시점 당시의 교보생명에 대한 적정가치를 판단해 매겨지기로 되어 있다. '교보생명이 어느 정도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라는 판단 자체가 내려지는 것을 꺼린다는 의미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교보생명은 "현재까지 IPO를 비롯한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진 바 없고 FI들에도 언제까지 계획을 주겠다고 통보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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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26일 17:2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