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출회시 국내 5위권 '대형매물'...ING생명 '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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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방보험의 경영권이 국유화되며 해외 자회사인 동양생명·ABL생명의 '운명'에 보험시장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당장 추가 자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오는 9월 경영진 대거 교체도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의 사업 구조와 해외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조만간 두 회사의 경영권 지분 매각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국내 5위권 대형 생보사가 매물로 나올경우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의 판도가 변할 수 있다.
중국 보험감독위원회(CIRC)는 22일 안방보험그룹 회장 우샤오후이를 경제범죄 혐의로 기소하며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회수해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원회의 경영권 행사기간은 1년이며 2년간 연장될 수 있다. 앞서 우샤오후이 회장은 지난해 6월 중국 정부에 체포됐다.
안방보험은 26일 "위원회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안방보험은 "앞으로 해외 자회사의 사업 및 투자에 전념할 것이며 자회사의 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에 상장된 시노오션그룹홀딩스 등 비롯, 일부 안방보험 자회사에는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통지서도 보냈다. 다만 국내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아직 중국 안방보험 본사로부터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안방보험이 해외 자회사에 대한 지속 지원을 천명했지만, 이는 혼란을 피하기 위한 언급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자국 내 그룹의 해외 투자에 대해 경고해왔다. 안방보험 경영권 인수를 선언한 날 핑안그룹 등 3개 보험그룹에 대해 해외 투자와 관련 규제 위반 혐의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메시지를 함께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안방보험은 정부의 경고를 받은 이후 미국 스타우트호텔앤리조트와 피델리티개런티라이프생명의 경영권 지분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중국 보험업법은 지급 능력이나 부채 상환에 문제가 있는 보험사의 경영권을 압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의 이번 결정 역시 이에 따른 것이다. 안방보험은 2016년 기준 매출의 90% 이상을 저축성 구조화 생명보험상품을 통해 올렸다. 안방보험의 지급 능력을 문제삼은 위원회가 해외 자산을 청산해 '재무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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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75%, ABL보험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자산·자본 규모는 물론, 수익성 면에서 4위권인 NH농협생명·ING생명보험에 필적한다. 인수 이후 1조원에 달하는 자본 확충으로 지급여력(RBC)비율 역시 2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경영권을 이양받은 중국 정부가 동양생명·ABL생명 경영권 지분 매각에 나선다면 업계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빅딜'(big deal)이 되는 셈이다. 자기자본 1~2조원대 중형 보험사가 인수한다면 단숨에 '4강'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자칫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지분을 보유한 ING생명 매각에도 큰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덩치가 비슷한 '대체재'가 시장에 출현하는 셈인 까닭이다. 인수후보 입장에서는 한 매물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진다. 반면 KDB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 매물은 더욱 시장의 시선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고해도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안정적으로 매물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경영 혼란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특히 동양생명의 경우 안방보험의 경영권 인수 직후 부임한 중국인 이사 5명의 임기가 오는 9월 만료된다. 특히 사내이사 2명과 비상무이사 1명은 안방보험 출신자다. 이들이 중국 정부가 선임한 이사로 물갈이되는 과정에서 경영 기조가 변할 수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현재 대주주 경영권 변경과 관련해 전달받은 내용은 아무것도 없으며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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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