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노조, 김정태 회장 연임 부결에 총력
신한-우리은행 주총은 상대적으로 '미풍' 전망
-
주요 4대 은행·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진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3년만에 최대 폭의 변화를 맞이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노동조합의 격렬한 반발이 예고돼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주총이 예상된다.
4대 은행·금융지주가 올해 정기주총에 상정한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은 12건(주주제안 포함)에 달한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엔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각각 4건이었다. KB사태 이후 KB금융지주 이사회가 물갈이된 2015년(14건) 이후 최대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7명 중 3명을 교체하기로 했다. 임기가 만료된 5명 중 3명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했다.
2014년 'KB 사태' 이후 출범한 현 이사회는 매년 1명 이상의 성과 미달 사외이사를 물러나게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지난 3년 동안엔 실제로 물러나는 이가 없었다. 지난해 윤종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이후 사외이사진 교체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올해부터 교체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
하나금융지주는 2015년 4명을 신규 선임한 이후 최대폭의 사외이사 교체에 나섰다. 8명의 사외이사 중 5명을 신규 선임하고, 2명의 사내이사는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배구조와 관련된 압박을 받고 있다. 하나금융은 김 회장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한 데 이어, 지주 부회장과 KEB하나은행장을 이사회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사외이사진도 일신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3명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기복없이 매년 2~3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해왔다. 지난해 조용병 회장 취임 이후 사외이사 교체폭이 커질 수도 있을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6년말 선임한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 교체 폭 확대를 두고 정치적인 배경을 언급하기도 한다. KB금융지주 새 사외이사 후보인 정구환 변호사와 선우석호 교수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같은 경기고 동문이고, 신한금융지주 박병대 전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금융지주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역량있는 후보들을 발탁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주요 은행·금융지주 중 금융권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곳은 KB금융지주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회사와 노동조합과의 날선 공방이 예고돼서다.
KB금융 노동조합은 사내이사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하고, 퇴임 3년 이내의 정치인과 공직자는 이사로 추천을 금지하는 내용의 정관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지난 5일 KB금융지주가 '(노동조합의)주주 제안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공시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가 사외이사로 추천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선임을 둘러싸고도 대결이 예상된다. KB금융지주는 '현행 사외이사 관리 제도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 일부 의결권 자문사도 권 후보의 사외이사 직무능력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노동조합은 김정태 회장의 연임 반대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에 '반대를 권고해달라'며 세 차례에 걸쳐 의견서를 발송했다.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70%를 넘는만큼, ISS가 반대를 권고하면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07일 15:0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