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000억·공모규모 1000억원 전망...'이전과 다르다'
정책자금 쏟아지며 VC도 상장수요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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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들이 이전까지는 큰 관심이 없던 벤처캐피탈(VC) 기업공개(IPO)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 시행으로 향후 2~3년간 코스닥 시장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VC와 관계를 만들어두려는 포석이다. 예상 외의 '대형 공모'가 될 수 있는데다, VC가 투자한 벤처회사 네트워크와의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
국내 대형 VC 중 하나인 KTB네트워크는 오는 9일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설명회(PT)를 진행한다. 이 PT에는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IB)를 비롯해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키움증권 등 IPO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대부분 참석한다.
KTB네트워크의 예상 시가총액은 4000억~5000억원, 예상 공모 규모는 1000억원 안팎에 달한다. PT에 참석하는 증권사들은 'VC계의 앵커 딜'이라며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상황이다. VC 상장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틈새시장'에 불과했다. '돈'이 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투자 포트폴리오 분석 등 신경써야 할 일은 많은데 공모 규모는 기껏해야 100억~2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2000년대 초 상장했던 일부 VC 중 투자 실패와 실적 악화로 상장폐지되는 사례도 있었다. 투자 성과에 따라 실적이 들쭉날쭉한 VC의 실적 리스크에 상당한 부담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상장을 원하는 VC의 수요도 흔하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 지수가 급등하고,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20배 안팎이었던 상장 VC들의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은 30~40배로 치솟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같은 기간 2~3배 이상 올랐다.
주식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자금이 몰리며 VC를 바라보는 증권사들의 눈도 바뀌었다. 기대할 수 있는 수수료 규모가 늘어난데다, 당분간 정책의 수혜를 받아 실적도 나쁘지 않을 전망인 까닭이다.
당분간 펼쳐질 코스닥 중심 공모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접근하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IPO 실무자는 "상장 과정에서 VC와 관계를 잘 쌓아두면 그들이 투자한 벤처기업 네트워크와 향후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든든한 우군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VC의 상장 수요도 덩달아 늘어났다. 정책자금이 시장에 밀려들어서다. 지난해 벤처시장에서 소진되지 못한 대기자금은 7조5000억여원에 달했고, 올해부터 정부가 10조원의 벤처 투자 자금을 조성해 투입할 계획이다.
VC는 펀드 조성시 운용사 의무출자분으로 결성총액의 최대 10%를 투자해야 한다. 대규모 정책자금을 소화하려면 의무출자를 위한 자체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대안으로 IPO가 급부상한 것이다. 기상장 VC들의 밸류에이션(가치)이 좋아지며 이전보다 적은 규모의 주식 희석으로도 수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VC 상장은 올해 IPO 시장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가 되는 분위기다. 린드먼아시아가 5~6일 일반공모 청약을 받고, KTB네트워크도 연내 상장을 예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네오플럭스는 NH투자증권을, SV인베스트먼트는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이앤인베스트먼트도 상장 주관사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지난 2016년말 상장한 DSC인베스트먼트·TS인베스트먼트의 경우 둘다 공모희망가 밴드 하단 아래로 공모가가 결정될 정도로 시장의 인식이 우호적이지 않았다"며 "지금은 '오버슈팅'(주가 과열)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투자 수요가 많아 VC의 당분간 상장 행렬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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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