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보고서 작성하며 美 맥킨지에 평가 의뢰
국내선 평가 어렵고 금감원 갈등 소지도 부담
“견제 피하기 위해 해외 기관 선택”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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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 본사에 연구개발비 자산평가를 맡겼다. 평가 신뢰도를 확보하는 한편 국내에 맡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을 피하기 위한 의도란 지적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017년 사업보고서를 작성하며 연구개발(R&D)비 자산 처리가 합당한 것인지 평가해달라고 맥킨지에 의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된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전문 기업이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지분율 94.6%)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사업을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매년 수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며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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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제약은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다. 기업들은 통상 이를 무형자산이나 비용으로 처리한다. 무형 자산으로 잡으면 비용은 줄어들고 반사적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본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선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제시할 수 있는 경우’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한다.
개발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기업의 재량에 달려 있다. 이익을 부풀린다는 논란이 일기도 한다. 전망을 낙관해 자산으로 인식했다가 손실 처리하게 되면 투자자에 피해가 갈 수 있다. 1월 도이치증권은 셀트리온이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계상하고 있다며 ‘매도’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 현황을 사업보고서에서 중점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월부터는 작년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가 급등한 바이오 기업에 대한 감리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비상장법인도 중점 심사대상에 올렸다. 모회사는 자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대한 책임도 있기 때문에 상장법인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상장법인인 삼성바이오에피스 모두 사업보고서 작성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감사법인인 삼정KPMG 입장에서도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회계처리 할 확실할 근거가 없다면 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부여하기 부담스럽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외부에 평가를 의뢰했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의 평가 기관들은 손사래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시장을 보는 바이오 회사를 평가하기 위해선 어떤 제품들이 개발 중이며 어떻게 판매될 것인지를 폭 넓게 살펴야 하지만 국내에선 평가하기 쉽지 않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과 임상단계 별 상품화 가능성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야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하나 그 경우엔 적어도 수억원의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여러 차례 회계 문제로 지적을 받은 점이 부담스럽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상장을 앞두고 한국공인회계사회로부터 감리를 받았고, 금융감독원도 분식회계와 관련해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 중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기관이 나름의 평가를 했는데 금감원이 다른 결과를 내놓는다면 회사도 평가기관도 난처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평가 이유를 설명하느라 금감원을 들락날락해야 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평가기관들로선 민감한 문제에 관여했다가 감독당국 눈밖에 나거나 불려다니게 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회사가 맥킨지 본사에 일을 맡긴 것은 국내 기관보다 실력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문제가 생겨도 감독당국이 확인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회계 문제가 아닌 사업 관련된 컨설팅을 미국 맥킨지에 의뢰했다"며 "일부러 국내 평가기관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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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20일 16:2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