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투자자와 갈등 '뇌관'
앞으로 1~2년 경영권 분수령 될 듯
-
잠재매물 보험사 중 교보생명은 '빅(big) 3'의 일각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인수하면 곧바로 보험업계의 '빅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산규모만 100조, 순이익 5000억원의 국내 3위 보험사다. 특히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한 보장성보험 영업 경쟁력이 높다. 전체 보험 수익의 40%가 보장성보험에서 나올 만큼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FI간 지분거래의 주당 가격(29만5000원)을 감안하면 현재 교보생명의 전체 기업가치는 6조원으로 추정된다. 오너 경영에 바탕을 둔 안정적인 사업 역시 강점으로 거론된다. 보험업의 특성상 단기보단 중장기 내실 경영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는 9.3%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로 삼성생명과 비슷하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ING생명보다는 낮다. 만약 매물로 나온다면 인수합병(M&A)시장을 뒤집어 놓을 회사로 꼽힌다.
물론 지금은 매각은커녕 기업공개(IPO) 결정마저 미적지근한 상황이다. 다만 재무적투자자(FI)의 존재로 인해 마냥 판단을 미룰 수만은 없다. 수년 전에는 국내 한 대형금융지주회사와 주식 스왑(교환)을 주축으로 한 매각을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기도 했다. 이때 '신창재 회장이라는 개인 대주주의 탄생'이라는 이슈로 인해 감독당국의 우려가 거론됐고 더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성장성은 점점 떨어져가는데, 매각이나 상장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지며 FI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게 교보생명의 잠재적인 경영 리스크로 꼽힌다. 장기간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자본확충 시점을 놓치고, 업황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비롯한 교보생명의 주요 FI들이 교보생명에 투자자들의 엑시트 전략을 마련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07년 투자한 1차 FI들은 투자기간은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인내심에도 한계가 달할 시점이다.
그 사이 기업가치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 2012년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교보생명에 투자했을 때만 하더라도 동종업계 기준 PBR 0.85배를 인정 받았지만, 현재는 0.6배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생명 PBR이 0.79배 수준에서 내년 이후에는 0.69배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FI들이 인정한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받아 들이기는 힘들다.
-
시장점유율마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한때 15% 이상을 유지해왔던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거란 평가다.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6% 이상 확정고금리 상품 비중이 타 대형생보사와 비슷한 30%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험부채 시가평가 관련, 교보생명을 '자기자본 대비 추가 부채적립 부담이 100% 이상'이라며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고위험군과 비슷한 부담을 안고 있지만, 자체 자본관리능력이 우수해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ING생명은 저위험군,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은 중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앞으로 1~2년이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금리 기조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추가적인 자본확충은 피하기 힘들다. 현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수 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단 평가다. 대주주의 자본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IPO냐 매각이냐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도 FI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며 “교보생명 경영권에 변화가 있을 시 보험사 M&A 시장판도가 달라 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16일 09:4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