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주주 국민연금 '반대'…주주권 행사 '예고'
인력 한계 드러낸 삼성물산, 사업성과·주주소통 과제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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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훈 전 사장을 비롯한 이사 선임을 반대한 국민연금, 그리고 이를 강행한 삼성물산의 불편한 동거는 계속 된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삼성물산 새 경영진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사내이사(최치훈·이영호·고정석·정금용) 4명과 사외이사(이현수·윤창현·필립코쉐(Philippe Cochet)) 3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국민연금은 21일 개최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의 결과에 따라 이날 주주총회에서 최치훈 전 사장, 이영호 건설부문장,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등 4명의 이사선임을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오너일가와 계열사(39%), 삼성의 우호주주인 KCC(9%)에 이은 삼성물산의 3대주주(5.6%)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찬성표를 던지며 삼성물산의 우군 역할을 했지만 3년 만에 완전히 돌아섰다.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국민연금은 배임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외압에 의한 결정으로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반대한 인사 4명 모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합병계획을 승인한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수행의 우려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사선임 안건은 주주총회 보통결의 사항으로 의결권 있는 주식의 4분의 1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주식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국민연금의 반대의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향후 삼성물산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물산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갈 최치훈 이사회 의장과 회사의 주력인 건설부문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앞으로 경영활동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것이란 평가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삼성물산의 이번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이 보유주식을 줄이거나 주식투자 비중을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한때는 삼성물산과 한 배를 탔던 국민연금이 현 경영진에 대한 반대입장을 확실히 나타냈기 때문에 앞으로 이 같은 입장을 굳혀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요 투자자들의 반대를 무릅쓴 삼성물산은 인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최치훈 전 사장을 비롯한 전 경영진들은 삼성물산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 후임에게 사업을 물려주겠다고 밝히며 지난 1월 사장 직에서 사임했다. 최치훈 전 사장은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의장자리를 유지하게 됐고 사실상 '상왕(上王)' 역할을 맡게 된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임 사장이 이사회 의장 자리를 앉아 있는데 사장만 바꾼다고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새로운 경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겠느냐"며 "60대 사장단 퇴진을 비롯해 그룹 '인사의 톤'을 맞추기 위해 최 전 사장이 물러나긴 했지만 사실상 최고 경영판단을 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경영진이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경영진에는 과제가 쌓여있다.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목소리는 커지고 있는데 사업적인 성과는 미미하다. 회사가 예상했던 2020년 매출액은 약 60조원이지만 지난해엔 절반 수준에 그치며 사업적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대적인 사업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주주들과 투자자들의 마음을 살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진의 선임과 경영활동, 지배구조 속에서 역할의 변화 등에 대해 투자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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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22일 12:0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