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감사역 대거 하나금융 투입
감독당국과 진흙탕 싸움에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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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감사로 사실상 인사 업무는 올스톱 상태입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감독당국과 하나금융의 신경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2일 최홍식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 사태로 전격 사임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최종구 금융위원장까지 나섰다. 최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나금융그룹 채용비리와 관련해 가능한 인력을 총동원해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최고 베테랑 인력들이 대거 ‘무기한 감사’란 명목 하에 하나금융에 투입됐다.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현재 하나금융 인사팀 업무는 사실상 정지 상태다. 이달 초부터 진행됐던 인사 발령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하나UBS자산운용 인수 건 등 금감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일들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룹 행사들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지난주에 열리기로 한 김 회장과 그룹 임원들의 산행은 급작스럽게 취소됐다. 이번 주 열릴 주총으로 정신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내부에선 김 회장이 거취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최 원장 사임 이후 그룹 내에서 김 회장의 출구전략이 무엇이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후계구도에 대한 얘기들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의 김정태 회장의 연임은 감독당국과의 대치국면 장기화를 의미한다. 김 회장에는 시련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회장이 금감원장을 껴안고 물 속으로 뛰어든 ‘논개’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현 상황에서 괴로운 것은 하나금융 실무진이다. 인수합병, 조직개편, 인사발령 등 그룹의 굵직한 사안들이 모두 ‘홀딩’ 되면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오너 회사도 아닌데 회장의 연임 이슈로 그룹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에도 금이 가고 있다.
한 하나금융 직원은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성장전략에 집중하고 있는데 반해 하나금융은 회장 연임이슈에 채용비리까지 얽히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라며 “직원으로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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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