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정의선 父子 합병 이익 크지 않아"평가
모비스 '지주회사' 역할 부각, 글로비스 '사업 돌파구 마련'
모비스·글로비스 주주 반발 최소화…삼성과 확실한 선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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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제기된 수많은 시나리오 중 '정공법'을 택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오너 일가에 예상되는 수혜가 크지 않다는 점은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합병과 대조적이다. 삼성을 반면교사 삼아 최대한 잡음이 나지 않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엔 1대 0.35의 합병비율이 문제였다. 양사의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의 최대주주(23%)였던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주식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삼성물산 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삼성물산은 사실상 그룹 내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회사의 현재 상황을 비춰봤을 때도 사업보다는 그룹 내 역할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다는 평가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현재까지 공식적인 지주회사의 인정은 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 과정에서 내세운 명분은 '사업적 시너지'다. 삼성물산은 합병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각 부분별 시너지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매출액은 30조원으로 목표치의 절반에 그쳤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 양사의 주주 불만을 최소화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사업부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은 0.61대 1이다. 현대모비스는 상장회사지만 분할사업부는 비상장회사로 간주되기 때문에 순자산가치를 대상으로 합병비율을 계산했다.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은 회계법인이 본질가치와 기준주가를 반영해 산정했다. 최종적으로 현대모비스 주주는 1주당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배정받게 된다.
주력 사업부를 떼냈지만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불만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가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겠다고 밝히며 현대모비스는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됐다. 그룹의 사업이 완성차(현대차•기아차), 부품(현대글로비스 등), 비자동차(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등 3각 체제를 굳혀나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옥상옥인 현대모비스의 중요도도 커질 것이란 평가다.
현대글로비스도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심에 서지는 못했지만 합병을 통해 알짜 사업을 붙이며 오히려 사업적인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합병비율은 따져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모비스의 주주 또는 글로비스의 주주든 누가 수혜를 받는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모비스는 지주회사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됐고 현대글로비스는 핵심사업을 이전 받았기 때문에 양사 모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는 삼성그룹과의 확실한 '선 긋기'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한다기 보다 정부의 지속되는 압박과 세제혜택 등을 고려해 개편에 나선 만큼 최대한 잡음이 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한 것 같다"며 "앞으로 있을 경영권 승계과정에서도 삼성을 반면교사 삼아 오너일가가 이익은 보지 않더라도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5월 29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분할합병안을 최종 결정한다. 이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한 총 30%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고, 마련된 현금으로 기아차(16.9%), 현대제철(5.7%), 현대글로비스(0.7%)가 각각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오너일가와 계열사의 지분 교환은 7월부터 본격화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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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28일 19:2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