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장외 시가총액 10조 넘어서
윤활기유 스프레드 회복세...루브리컨츠 최대 실적
"이전처럼 업황부진으로 상장 포기 없을 것"
-
한국투자증권, 하나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잇따라 3월 초를 전후로 정유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조정했다. '전례 없는 상승 사이클 진입', '정제마진 초호황이 눈앞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정유업이 2016년의 저점을 지나 호황 사이클에 진입한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공개(IPO)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SK루브리컨츠와 현대오일뱅크가 올해를 상장 시점으로 꼽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 모두 업황 악화로 인해 상장을 철회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들어 22일까지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GRM) 평균은 배럴당 7.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달러, 31% 상승한 수치다. 아시아 지역 정제시설 가동율이 2010년 이후 최고치인 97%에 도달한 상황에서 석유제품 공급은 빡빡해지고 수요는 늘어나며, 2분기 중엔 역사적 고점인 8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사 제품 비중의 50%를 차지하는 등유와 경유 마진도 7년만에 상승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월말 등유와 경유의 배럴당 마진은 각각 17.3달러, 14.5달러로 최근 3년 내 최고치였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휘발유 마진도 3월부터 본격적으로 회복하며 2018년 2분기부터 정제마진 초호황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정제마진 호황은 정유 부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현대오일뱅크에 희소식이다. 지난해 8490억원 수준이었던 현대오일뱅크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1조3530억원으로 60%에 육박하는 고성장이 예상된다. 정유 부문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6.1%에서 올해 8.1%,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윤활유 수요도 회복되며 윤활유 부문 실적도 개선될 거란 기대감이 크다.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1240억원 수준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7.5%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일평균 2만리터의 윤활유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실적 성장 기대감은 이미 장외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2만원 수준이었던 현대오일뱅크 장외 주당 가격은 현재 4만2500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장외가 기준 현대오일뱅크 시가총액도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2년 상장을 추진했을 때엔 시가총액 5조원 선이 언급됐었다.
-
윤활유의 원료가 되는 윤활기유(Base-oil)가 주력 제품인 SK루브리컨츠 역시 업황이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SK루브리컨츠는 미국석유산업(API) 분류 기준 '그룹3'의 고급 윤활기유 세계 시장 점유율 35%의 1위 업체다. 윤활기유 매출 비중이 80%를 넘는다.
윤활기유 수익성의 척도가 되는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지난 2014년 2분기 톤당 412달러에서 지난 2015년 2분기 20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2015년 SK루브리컨츠의 매출액은 역성장했고, 당기순이익도 1800억원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그쳤다.
2016년부터 경기가 회복되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고급 승용차 수요가 늘어났고, 황 함유량이 적은 고급 윤활기유에 대한 수요도 따라 회복됐다.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점점 개선돼 지난해엔 톤당 평균 329달러까지 올랐다. 이에 힘입어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분사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인 50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윤활기유 스프레드가 떨어지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윤활기유 설비 증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올해 이후 수요 상승량은 SK루브리컨츠를 비롯해 쉘 등 기존 윤활기유 업체가 소화해야 할 거란 평가다. 정유업계에선 윤활기유 그룹3 부문이 2022년까지 연평균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4월부터 원유 공급가격(OSP)도 낮아질 전망이라 SK루브리컨츠와 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실적이 큰 성장폭을 보일 전망"이라며 "두 회사 모두 업황 성장의 기대감을 안고 있어 이전처럼 업황 부진으로 인해 상장을 중도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2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