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실세로 부상한 정기선 부사장 핵심 인사들
입력 2018.04.10 07:00|수정 2018.04.11 11:46
    정기선 부사장, 현대중공업지주 3대주주 등극
    "정기선 라인 잡아라"…IB, 전략·기획·재무 핵심라인에 '주목'
    송명준 전무·박종환 상무·김종철 상무보 '부상'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며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그룹의 주도권이 정기선 부사장으로 빠르게 이양되는 과정에서 정 부사장을 받쳐주는 핵심 인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이미 정기선 부사장과 그의 최측근 인사들에 주목하며 '라인 잡기'에 한창이다.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에 대리로 입사한 정기선 부사장은 입사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학교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이후 2013년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경영 감각을 길렀다.

      정 부사장은 2013년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이미 그룹의 주요사업과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사업과 재무 등 그룹 전반에 관한 사안은 꼼꼼히 챙기지만 자본시장에서 대외적인 활동은 두드러지지 않았고, 주로 측근 임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정기선 부회장은 정몽준 이사장과 성향이 비슷해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어서 자본시장에서의 대외적인 활동도 많지 않았다"며 "주요 사안들에 대한 결정과 판단은 내리지만 대외활동과 실무적인 내용은 주요 기획 및 전략 측근 인사가 챙기고 있다"고 했다.

      정기선 부회장의 핵심 인사로는 ▲송명준 전무(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 재무지원 부문장) ▲박종환 상무(현대중공업 기획실 자산운용 팀장 및 자산관리 부문장, SF 추진팀장) ▲김종철 상무보(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 신사업추진부문장) 등이 꼽힌다.

      송명준 전무와 박종환 상무(1970년생)는 모두 현대중공업 출신으로 정기선 부사장과 연세대학교 동문이다. 송 전무는 현대중공업에서 현대오일뱅크로 자리를 옮겨 기획부문장과 현대쉘베이스오일·현대케미칼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고, 2014년 다시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왔다. 송 전무와 박 상무는 모두 지난 2016년 현대중공업 정기인사에서 한 단계씩 승진했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에서 현대중공업지주로 자리로 옮긴 김종철 상무보는 현대중공업에서 사업개발팀 담당을 맡았다.

      1982년생 정기선 부사장을 보좌하는 3인방은 그룹에서 젊은 피에 속한다. 송명준 전무는 1969년생, 박종환 상무는 1970년생, 김종철 상무보는 1973년생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 미등기임원의 평균나이는 약 54세다. 김종철 상무는 2016년 승진하며 오너일가를 제외한 최연소 임원에 오르기도 했다.

      전략·재무·기획 핵심으로 꼽히는 3인은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과 현대삼호중공업의 4000억원 투자유치,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결정 등 그룹 주요 사안의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외부인사와의 접촉이 많지 않은 정 부사장을 대신해 대외업무를 조율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부사장과 핵심인사들이 주도권을 잡아감에 따라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재건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현대중공업이 모든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을 당시엔 기획실과 같은 M&A 총괄부서가 존재했으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재 M&A를 총괄할 조직은 없다는 평가다. 현재는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계열사가 각각 독자적인 M&A를 비롯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유치, 과감한 신사업투자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그룹 차원의 계열사 기업공개(IPO)와 합병, 투자유치 등 향후 자본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이 전망되는 가운데 기존 경영진과의 차별성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현대중공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존 경영진들은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해 키워나가자는 식의 사고를 갖고 있는 반면 새롭게 부상하는 전략·기획 인사들은 과감한 M&A를 통해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 서로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며 "정기선 부사장과 측근 인사들이 실권을 잡아가면서 그룹의 조직문화가 바뀌는 모습도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