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국 사장 취임 이후 신한證 출신 잇따라 영입
비용든다며 신입사원 채용은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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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나금융투자 직원들은 새로운 사업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이미 올 초 사업계획 수립이 끝났지만, 지난달 결정 된 대규모 증자로 전체 사업계획을 다시금 짜야 하는 판국이다. 회사에선 '수익이 늘지 않으면 자기자본 증가로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줄어든다'는 점을 이유로 올해 목표 수익을 높여 잡도록 요구하고 있다.
직원들은 난감하다. 자본이 7000억원 증가했다고, 갑자기 수익성이 좋아질 리 없다. 증자를 마치더라도 자기자본은 2조5000억원 정도다. 초대형 IB 사업에 뛰어들기 힘들어 이번 증자가 '언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금융지주 이름을 떼고 수치만 놓고 보면 대신, 키움, 신영증권 정도의 중소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형국이다.
연임에 성공한 이진국 하나금투 사장은 빡빡한 리스크 관리를 요구한다. 실무자 입장에선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이라도 나면 더 큰 문책을 당할 수도 있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이 사장 취임 이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사고를 치지 말라는 것이다”라며 “돈은 은행이 버니깐 증권은 리스크 관리만 철저히 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라고 말했다.
인사를 두고서도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진국 사장 취임 이후 신한금융투자 출신들이 속속 영입됐다. 이 사장이 신한금융투자 출신인데다 지난해 취임한 박석훈 부사장은 신한금융투자에서 리테일그룹 부사장까지 지냈었다.
이를 두고 하나금투 노조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우리가 신한금융투자 2중대냐”며 회사에 항의하기도 했다. 경영진에선 신한금융투자 출신을 데려왔으니 선진금융 기법을 배우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용을 이유로 신입사원 채용은 뒷전이 된지 오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나금투는 당장 영업에 쓸 수 있는 계약직을 선호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드는 신입직원 채용은 수년째 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돌파구 모색도 힘들다. 그룹 전체가 채용비리에 얽혀 사실상 매니지먼트가 붕괴됐다. 계열사까지 일일이 신경 쓸 형편이 아니다. 비단 하나금투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금융 전 계열사들이 같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하나은행이 채용비리 등 주요 타깃이 됐지만, 살펴보면 다른 계열사에도 이와 같은 문제가 만연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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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08일 09:00 게재]